이창현 KDB대우증권 동래지점장(051-556-3334)
러시아의 크림공화국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 병력 증강 뉴스는 국제면의 화제다. 미국과 유럽(EU)은 도둑질이라는 원색 표현을 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도 높게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는 모두 다른 듯하다.
먼저 미국 오바마대통령은 지난 26일 EU본부를 방문해 “유럽과 완벽하게 협력하며 러시아가 위기 상황을 계속한다면 고립은 심화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부문 재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EU 또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EU사이에 FTA가 체결되면 미국 천연가스의 대유럽 수출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번 일은 미국이 유럽 천연가스 에너지시장에 대한 수출확보 생각을 드러냈다. 지난 VIEW(2013년12월2일기사 - 셰일가스혁명)에서 밝혔듯이 에너지 패러다임을 셰일가스 축으로 끌고 가려는 미국측 입장에서 파나마 운하를 통한 아시아(일본, 한국)뿐 아니라 대서양을 가로질러 유럽 에너지 시장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U는 어떨까? 정치적으로는 당연 미국 논리에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마땅하나 경제적 부문에서는 동상이몽이다. 사실 EU-미국 무역규모 380억달러보다 11배가 많은 4610억달러 무역을 EU-러시아가 하고 있다. 특히 EU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은 러시아와 770억 유로에 달하는 무역교역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 또한 독일에 200억유로 이상 투자하고 있다. 도이치방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독일 GDP 0.5%포인트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러시아 추가 제재에 대해 EU 측은 미온적인 수밖에 없다. 한 발짝을 빼서 러시아가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만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를 지배하는 민족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구절이 있다. 에너지패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유럽은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고, 이번 기회에 그 패권 영역을 확실히 넓히려는 미국은 무섭게 달려오고 있다. 그나마 유럽발 가스관 밸브를 잠가 버릴 수 있는 러시아는 아직 여유가 있는 듯하다.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과 러시아 제재 법안을 각각 승인했다. 유엔 또한 193개 회원국 중 찬성 100, 반대 11로 러시아 크림공화국 합병 무효 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미국은 EU와 다음달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에너지 협력을 위한 특별회의를 열고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덩치 큰 국가들의 싸움을 면밀히 분석해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우리 산업과 업종을 미리 찾아봄이 좋겠다.
[뉴스핌 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