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벌금' 돌발악재 터지기 직전 매도 '의혹'
[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주식시장을 관할하는 규제·조사·정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직원들은 주식투자시 매수보다는 매도 거래 비중이 훨씬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EC가 벌금 부과 등 악재성 시장 조치를 결정하기 직전에 지분을 미리 매도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 등 파문이 예상된다.
<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홈페이지> |
미국 에머리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시바람 라고팔 교수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SEC 직원 4000여 명의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투자내역 7200건을 분석한 결과 매도 거래수가 62%로 매수 거래수에 비해 약 1.6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시장 평균적 투자자들의 매도 거래 비중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에서는 주요 종목에 대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 주문을 먼저 내는 공매도 거래도 규정상 가능하다.
라고팔 교수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술 논문을 미국 버지니아대 회계학 세미나에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밝힌 내용만으로 반드시 SEC 직원들의 부정행위로 결론 지을 수는 없으나 심증적으로 의심스러운 점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 "수천억 벌금부과 1개월전 매도비중 높아"
이번 연구에 포함된 종목들은 씨티그룹과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금융주를 포함, 제너럴일렉트릭(GE)과 존슨앤존슨 등 대형 종목들로 모두 이 기간 중 SEC에 의한 벌금 부과 등 시장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이 가운데 BOA의 경우 지난 2010년 2월 4일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 바 있는데, 라고팔 교수는 직전 3개월동안 SEC 직원들의 거래 내용을 분석했다.
그런데 시장 조치가 내려지기 1개월 전부터 SEC 직원들의 매도거래 비중은 전체의 70% 이상으로 매수거래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7200건의 거래 내역을 포트폴리오 투자화해 분석한 결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시장 평균에 비해 16%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라고팔 교수는 "이들은 시장에 악재가 공개되기 전에 먼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은 거래는 비공개 상태의 SEC 조사 정보에 따라 사전에 주식을 매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SEC 내부규정 위반 조사대상 직원 3400명
지난 2010년 8월 이후 SEC 내부 윤리규정에 따라 직원들은 SEC가 조사 중인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 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SEC의 직접적 관할 대상인 증권사 등의 거래는 금지돼 있으며, SEC 근무 기간 내 보유한 주식은 최소 6개월 내에는 매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SEC는 일부 직원들의 내부 윤리규정 위반이 적발돼 자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SEC의 윤리규정 위반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주식보유 직원들의 수는 3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래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에 의해 공개됐다. 하지만 무기명 거래 정보만으로는 특정 SEC 직원이 반드시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이 직무와 연관된 정보에 의해 특정 종목의 매도 주문을 냈는지 관련 여부도 밝힐 수 없다.
라고팔 교수는 "타이밍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며,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하지만 연기가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불이 났었는 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내용과 관련 존 네스터 SEC 대변인은 답변을 거부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