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연속 순매수, 지난해 12월초 이후 처음
[뉴스핌=한기진 백현지 기자] 지난 27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337억원어치를 더 샀다. 5일 연속 순매수 행진으로,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12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자연스레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출했다가 돌아오는 것 아닌가”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외국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초반 기관 매도와 외국인의 소극적 매매로 전 거래일보다 약간 내린 1970p로 시작했지만, 외국인이 운송장비업종을 적극 사들이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1980선이라는 강력한 저항선을 만나자, 기관 등 국내투자자가 주춤거렸지만 장 막판 외국인이 선물은 매도하고 대신 코스피를 사면서 기어코 1980선에 도달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움직임에 대해 “세기가 강하지 않을 뿐 컴백 신호는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수세는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달 초 1900선이 깨진 이후에 코스피가 반등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장 자체를 사니 대형주에 매수세가 몰린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외국인 매수가 아주 커지진 않을지 몰라도 최소한 부정적인 양상으로 흐르진 않을 것"이라며 "강세장 시작 단계로 접어드는 중으로, 이후로는 대형주가 견조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 외국인, 일본 팔고 한국 사고
낙관론에 불을 지핀 이유는 일본 탓(?)이다. 엔화 약세로 일본 증시가 오르자 외국인은 한국서 돈을 빼내 투자했다. 증시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롱(long·매수) 숏(short·매도) 전략을 구사한다고 믿는다. 지난해는 롱이 일본 증시였고 숏은 한국 증시였다.
하지만 최근 엔화약세 기대도 줄어든데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 여파로 2분기부터는 한일간 GDP성장률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 대해서는 롱(매수)으로 일본에 대해서는 숏으로 전환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일본 주식시장에서 올해 외국인 자금의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순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윤남 센터장도 “글로벌 투자자 입장이라면 일본을 더 사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외국인, 언제든 단기 자금 빼갈 수 있어”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할 것으로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경기불안 때문이다.
톰 번 무디스 선임 부사장은 27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보다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면서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한국의 시장 심리와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초 나오는 제조업지수(PMI)와 3일과 5일부터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주목해야 한다. 경제성장 속도의 하향 안정화, 대외개방 정책의 전환, 대외 경제협력 다원화 등 크게 세 가지 정책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양회를 지켜본 후 신흥국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단기 자금은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기조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