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기조 반영..이재현 회장 결과도 관심
[뉴스핌=이강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행유예'. 구자원 LIG그룹 회장 '집행유예'.
박근혜 정부가 최근 경제활성화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법정에 선 기업인들에게도 봄날이 찾아오는 것일까.
경제민주화 연장선에서 기업인들에게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대던 법조계의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다.
◆김승연 회장 '집행유예'.."경제건설에 이바지"
11일 법원에 따르면 이날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5부)는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의 원심을 깨고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 회복을 위해 1597억원을 공탁하는 등 사실상 피해액 전부를 갚았고 그동안 한화기업 총수로서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점,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사실 김 회장에 대한 이날 판결은 법조계에서도 크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검찰이 여전히 '엄중한 처벌'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지능적이고 교묘한 범행 수법을 이용해 계열사로 하여금 자신 차명소유 회사의 빚을 갚도록 했다"며 김 회장에 대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대법원에서 범죄혐의 중 일부 배임액 산정 등이 잘못됐다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검찰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컸던 것이다.
그만큼 법원의 선고가 검찰의 구형을 어느 정도나 감안해서 이루어질 지 짐작키 어려웠던 셈이다.
김 회장 사건은 지난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사는 한화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한화증권 퇴직자가 차명계좌 5개를 금융당국에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한화 경영기획실 재무팀을 압수수색해 차명계좌를 추가로 발견하고 김 회장과 큰 아들인 동관씨 등 가족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들로부터 자금이 흘러들어온 정황을 포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화는 "검찰이 발견한 차명계좌 등이 김 회장의 비실명 상속재산"이라며 "선대 유산을 관리하다 금융실명제를 못지켜 은닉재산의 오명을 쓴 것"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다.
결국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는 비자금보다는 횡령과 배임으로 방향이 선회되면서 3년하고도 6개월 간이나 법원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 382개, 차명 소유 회사 13곳, 소환된 한화 임직원 330명,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8번 등 진기록을 남겼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선고에 대해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 기조 반영?..이재현 회장 결과도 관심
이날 재판부는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기소된 LIG그룹 오너 일가에 대해서도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구 회장은 선고 직후 곧바로 석방됐다. 함께 기소된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 대해서도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에 대해서는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해 법정구속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두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정부의 경제활성화 기조가 법조계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이런 흐름이 지속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검찰 등 사정당국이 경제민주화 연장선에서 기업인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왔지만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변화된 기조를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기업인에 대한 수사보다는 정부차원에서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개혁의 선상으로 수사의 추가 이동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법원 역시 이번 판결과 함께 지난해 연말 수천억원의 배임ㆍ횡령ㆍ탈세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경제와 기업경영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선고공판을 앞둔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판결과 관련, "경제살리기라는 외부적 요인외에 검찰의 감성적 판단과는 달리 법원의 객관적 접근노력이 눈에 띄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기업인들에 대한 판결에서도 개인의 자산축적 등 개인비리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경영활동의 범주안에서 다툼이 있는 건의 경우 정상참작이 감안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