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방어, 사후처리 프로그램 개발 '아직 답 없어'
[뉴스핌=정경환 기자] 한맥투자증권이 한 번의 주문 실수로 파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2일 한맥투자증권은 코스피200지수옵션 거래에서 주문 실수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튿날 한국거래소가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총 결제대금 584억원 가운데 570 억원 가량을 대납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한맥투자증권이 파산을 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장 후 9시 2분 23초에 거래가 중단되기까지 약 2분여 동안 호가 건수 3만7000여 건, 체결 건수 5만여 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맥 측이 사고 발생 후 2분 23초만에 이를 인지하고 주문 체결을 막았다"며 "현재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이상 주문의 체결을 막는 '킬 스위치'라는 시스템을 구동 중인데, 한맥증권도 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이상 주문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라는 얘기가 된다. 킬 스위치가 사후 통제 시스템일 뿐, 사전 방어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킬 스위치로 이상 주문에 의한 계약 체결을 막더라도 그 사이 이미 체결된 거래에 대해서는 구제 신청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과다호가 접수 제한' 제도 정도가 그에 대한 보완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는 호가가 해당 증권사 규모에 비해 과다하다고 판단될 때는 아예 주문 자체가 안 되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 역시 해결이 요원하다. 이번 사고에서도 보듯이 한맥투자증권은 사고 직후부터 거래소 구제 신청 시한인 오후 3시 30분까지 6시간여 동안 단 한 건의 구제 신청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구제 신청 요건을 맞추기 위해 체결 계약을 개별 건마다 일일이 파악하고, 거래 상대방의 동의까지 모두 얻어야 했기에 시간적으로 물리적 불능에 가까웠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맥 측이 거래 상대방들과 연락을 취하며, 구제 신청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신청 마감 시한까지 구제 조건을 만족하는 유효한 신청 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맥투자증권 역시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 코스콤 측에 개별 계약 모두를 한꺼번에 취소하고, 일정한 기준에 맞춰 빠른 시간 내에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개발 가능 여부를 떠나 신청 마감 시한이 지남과 동시에 잊혀진 일이 되고 말았다.
코스콤 관계자는 "노력은 했지만 한맥 측의 요청 후 구제 신청 시한까지 3시간여 동안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면서 "이후 개발을 계속 진행하거나 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