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사고를 계기로 주문 필터링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잘못된 주문을 제때 걸러낼 수만 있었다면 한 증권사가 파산 위기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코스피200지수옵션 거래에서 약 460억원 규모의 주문 실수를 했다. 시장가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 놓은 탓인데, 콜옵션은 215~250까지 23종목, 풋옵션은 270~287.5까지 20종목에서 주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인 주문에 대해 자체 인식 후 주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필터링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문이 거꾸로 나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주문이 반대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 놓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도 주문 실수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 KTB투자증권이 급락장에서 대량의 선물 매수 주문을 내면서 지수 선물이 갑자기 급등, 10여 분 동안의 사고로 11억원 가량의 손실이 났다.
국내 증권사의 실수가 아니라 경우는 좀 다르지만, 지난 1월 홍콩계 헤지펀드인 이클립스퓨처스의 주문 실수로 회원사인 KB투자증권은 선물 대량 주문에 대한 현금증거금 3100억원을 대납해야만 했다.
이 같은 주문 사고를 놓고 전문가들은 안타까움을 전하는 동시에 중소형사로서 구조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파생부문 관계자는 "매매거래 규모가 크고, HTS 등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기 힘들다"면서 "즉,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즉, 작은 회사에서 수익원이 부족하니 수익을 키우기 위해 프로그램(알고리즘 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기계적 미비 또는 오류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알고리즘 매매에서 주문 착오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계좌에서 제출된 모든 호가를 취소하고 추가 접수를 차단하는 일괄취소기능 '킬 스위치(Kill Switch)' 제도를 내년 2월 도입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