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 순식간 3만건, 대응 못해
[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12일 9시1분 코스피200 옵션 시장. 12월물 행사가 247.5 콜(call)옵션을 느닷없이 40.15를 더 주고 “사겠다”는 주문이 나왔다. 종가 기준으로 10.75만 더 줘도 되는 것을 무려 4배나 더 비싸게 사겠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633계약이 체결됐다.
이 주문을 돈으로 환산하면 127억원(40.15 × 50만원 × 633계약). 만약 종가대로 지급했다면 31억원(10.75 × 50만원 × 633계약)이면 충분했지만 90억원을 더 지급했다. 12월물은 12일로 거래가 끝나 13일 결제해야 하므로 그만큼 ‘펑크’ 난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주문을 낸 당사자가 바로 한맥투자증권이다. 주문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콜옵션은 행사가 215~250 등 23종목, 풋(put)옵션은 행사가 270~287.5까지 20종목을 대상으로 반복됐다. 계약 건수가 3만6000건으로 손실규모가 460억원에 달한다.
한맥투자증권은 주문실수로 이날 584억원이나 결제해야 했다.
잘못된 주문이 한 두 차례에 그치지 않았던 손실만회를 위한 주문을 추가로 내면서 일이 커졌다. 한 선물회사 트레이더는 “콜에서 터지자 풋에서 막고 리커버(recover)하려다 양방에서 손실이 났다”고 말했다.
특히 몇 배씩이나 더 주고 콜을 사겠다는 주문을 사람이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이번 주문 실수가 프로그램매매의 오류라고 보는 해석이 다수다.
한 대형증권사 전산관계자는 “주요 증권사는 잘못된 주문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형사는 그렇지 않은 곳이 많아 주문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도 시스템 오류를 살펴보기 위해 조사인력을 파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금융투자검사팀 소속 전원이 한맥투자증권으로 파견돼 주문실수 사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맥투자증권은 12월 코스피200옵션 결제일에 맞춰 지급을 완료했지만 자금난으로 결국 영업정지를 당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거래상대방이 외국인 기관투자자인데 이들 회사는 고객 자산을 위탁 받아 운용한 것으로 이익을 돌려달라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
모 선물회사 중개인은 “선물옵션은 제로섬게임으로 거래상대방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손실을 돌려달라는 법정소송을 할 수 있지만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