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엔저, 中리스크…글로벌자금 외면
[뉴스핌=백현지 기자] 미국(다우존스) 18.9%, 일본(닛케이) 45.5%, 유럽(유로 STOXX50) 9.7%, 대만(가권지수) 8.4%. 한국은 제자리.
올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랠리를 벌였으나 국내 증시는 철저히 소외됐다. 글로벌 자금이 한국시장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증시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엔저'로 인해 한국 증시는 기피 대상이 돼버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 2000선에서 거래를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기준 1993포인트에서 마감했다. 연중 최고점(종가기준)도 2059.58에 그쳤다.
좌측이 다우지수, 우측이 닛케이지수 연초대비 흐름 |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1만3412선에서 1만6000선을 뛰어 넘으며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닛케이지수도 1만688포인트에서 전날 종가기준 1만5612까지 올라서며 46% 올랐다.
코스피지수 연초대비 흐름 |
◆ 삼성전자 '나홀로' 독주 향후 불확실성 존재
이같은 코스피 부진의 원인은 우선 국내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주요기업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반면 매 분기마다 사상 최고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기업들은 엔화약세와 업황 부진 등을 이유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올초 엔저와 노사갈등에 전년대비 영업익 부진을 겪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비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POSCO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17%, 28%씩 감소했다.
반면, 구글은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전년비 23% 증가한 108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은 지난 3분기 60억42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증시(상승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국내증시가 한 해 내내 지진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이유는 첫째로 기업 이익면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며 "미국 기업이 호실적을 내고 있으며 일본도 아베노믹스 등 호재가 있었지만 국내 기업들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금융완화 정책 면에서도 (양적완화 등의)핵심은 선진국으로 한국이 정책적 효과를 누릴만한 게 없었다"고 덧붙였다.
◆ 중국 리스크 부각 일본에 자금몰려
엔저와 중국 리스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국내 증시 부진 이유로 꼽혔다. 글로벌 자금 중 아시아에 투자하는 자금들이 엔저효과에 일본에 집중됐다는 것.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경기회복세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유럽과 한국이 상대적으로 느렸다"며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영향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증시의 중국 민감도가 더욱 두드러지는 한 해였다.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목표치가 7.5%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 중국 소비주들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더욱이 중국의 체질 변화를 위한 신사업 육성에도 한국 기업의 수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수출 중 일본 수출이 20% 증가하는 등 엔화약세 효과가 하반기부터 수출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수출 업종 중 조선, 화학, 기계 부문에서 회복되지 못하는 등 중국이 투자 과잉을 거둬들이며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