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 인컴펀드, 등으로 자금 유입
[뉴스핌=서정은 기자] 올 한해 펀드시장을 휩쓴 건 대안펀드였다. 펀드의 대명사였던 액티브펀드는 외면당했고 대신 롱숏, 가치, 인컴 등 새로운 대안으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1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한해 액티브 펀드에서는 6조859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액티브펀드란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로 과감한 종목 선정으로 보통 상승장에서 빛을 발한다.
문제는 올 한해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했다는 것. 연초 203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12월 현재 테이퍼링 우려에 1980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성과도 부진하다. 연초 이후 전체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은 -0.05%로 시장을 이겼다고 하기에도 머쓱한 수준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있다보니 상승장에서 뛰어난 운용성과를 보여주는 액티브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말했다.
액티브 펀드의 높은 수수료가 박스권 장세에서는 걸림돌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CIO는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데 그러다보면 수수료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문제는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한다면 이런 문제 때문에 시장을 이기기가 아주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대안펀드이다. 시장을 이긴다던 액티브펀드도 부진하고, 시장수익률을 좇는 인덱스 펀드는 수익률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자 '중수익'을 주는 대안펀드에 투자자들이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펀드의 대안을 찾다보니 롱숏전략처럼 다른 매매기법을 쓰는 펀드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각광을 받게 됐다"며 "운용사들이 이런 수요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안펀드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한 롱숏펀드는 연초이후 1조132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롱숏펀드는 전체 23개의 펀드 중 11개가 올해 설정됐을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 수익률도 연초 이후 4.2% 가량으로 액티브펀드보다 성과가 뛰어나다.
배당과 이자 등으로 수익을 거두는 인컴펀드도 올 상반기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1조1286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연초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해 주춤한 상태지만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맞는 전략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지훈 CIO는 "이런 펀드시장의 재편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면 고객들의 요구가 세분화될 수밖에 없고, 시장의 부침이 적은 펀드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안펀드 뿐 아니라 배당주펀드, 가치주펀드 등 올해 인기를 끌었던 펀드들은 시장에서 다소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며 "올 한해 배당주펀드의 가치주펀드에 들어온 자금만해도 1조 가까이 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 현대증권 프리미어컨설팅 팀장은 "불확실성이 큰 액티브펀드 대신 투자자들이 원하는 '물가+GDP성장률' 수준의 성과를 내주는 대안펀드에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성장 저금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진 이상 대안펀드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밝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