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한국지엠 철수설’이 또 다시 불거진다. 한국지엠이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는 18만6000대 물량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철수설에 대해 부정하지만, 물음표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제너럴 모터스(GM)가 2016년부터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5일 결정했다. 2005년 유럽에 진출한 쉐보레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다.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한데다 쉐보레 유럽 법인 15개를 한국지엠이 운영해왔다.
GM은 대신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럽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큰 그림으로 볼 때 기업의 브랜드 전략이라는 점에서 수긍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점도 돌파구의 하나다.
하지만 한국과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약 80만대의 완성차를 만들어 18만6000대를 유럽에 수출했다. 수출이 중단됨에 따라 23%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생산량이 줄어드는데 GM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한국지엠 인력을 가만히 둘리 없다. 한국지엠 철수설과 구조조정이 또 다시 불거지는 이유다.
한국지엠은 모기업 두둔하기 바쁘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량이 단기적으로 줄어들겠지만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및 신흥시장에 수출을 확대해 생산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주간연속 2교대에 따라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량 감소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꽤 구체적인 약속을 한국지엠에 하며 직원들을 달랬다.
올초 팀 리 GM해외사업부문 사장(사진)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5년간 8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GMK 20XX’를 발표했다.
GMK 20XX는 내수시장 기반 강화, 글로벌 디자인/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글로벌 생산 역량 강화, 글로벌 CKD 역량 강화 등 4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팀 리 사장은 특히 “준중형 세그먼트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한국에서 계속 생산ㆍ판매될 것”이라며 “크루즈를 업그레이드해서 어떻게 생산ㆍ판매할지 군산공장 직원들과 공유했다”고 말한 바 있다.
팀 리 사장이 이 같은 약속을 한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GM이 보여줘야 할 것은 말이 아닌 구체적인 ‘액션’이다.
GM은 한국이 말 보다 행동에 더 신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팀 리 사장의 GMK 20XX 약속은 2015년이 될 수도, 2099년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