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차이나머니 투자유치 새 전략 마련 서둘러야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이 해외투자 절차 간소화 등으로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나서면서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중국기업 투자유치에 혈안인 가운데 한국도 넘쳐나는 중국 자본, 이른바 '차이나 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해외투자 제도를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전환하는 방침을 검토중이라고 4일 보도했다. 중국은 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에서 먼저 도입한 해외투자 신고제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샤오창(張曉强)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해외투자박람회(COIFair)에서 "시장경제 지향 정책과 기업의 자주적 경영권 보장의 원칙에따라 기업의 해외투자 결정권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의 심사권한을 축소하고 기업의 해외투자 절차를 허가제에서 '접수제(인가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접수제(投資項目備案制)'는 기업이 해외투자를 진행할 때 해당부처에 적법한 구비서류를 완비해 제출하면, 이후 투자과정은 기업이 자주적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신고제'이다. 이제까지는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 투자주체·투자 성격·투자내용 등에 관계없이 관련 부처가 일괄적으로 심사했다.
중국은 앞으로 투자 결정권을 기업에게 맡겨 경영의 자주권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투자에 따른 손실도 기업이 부담시켜 경영의 시장화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외투자협력협의회에 참가한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는 향후 5년 중국의 대외투자 규모가 5000억 달러(약 5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간섭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투자에 대한 관리제도를 승인제에서 '접수제(신고제)'로 전환하고, 각종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의 해외진출의 길을 확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안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먼저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 30일 상하이시 정부는 '중국(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 역외투자항목 접수관리 방안(이하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통신·수자원 개발 등 국가기간 산업 혹은 민간 업종을 제외한 일반 투자 분야에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 내 기업이 해외투자를 진행하면 투자규모에 상관없이 서류 제출만으로도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했다.
이 방안이 실시되면 상하이FTZ 내 기업은 해외 투자를 위해 발개위·상무부 및 외환관리국에 각각 신청서를 제출한 후 승인을 기다릴 필요없이 상하이FTZ 관리위원회에 적법한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상하이FTZ 관리위원회는 서류를 접수한 후 5일 이내에 서류의 적법성을 판단해 통지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어서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878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17.6%가 늘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이어 세계 3위의 해외투자국이 됐고, 전세계 해외직접투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에 달했다. 2012년 말 기준, 중국의 해외투자 누계총액은 530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에도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3년 1월~10월까지 금융분야를 제외한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69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5%가 늘었다.
해외투자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는 5.2% 줄어든 반면, 유럽과 북미에 대한 투자는 각각 218.4%와 135.2%가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90% 이상의 투자가 상업 서비스·도소매·광업·제조업과 건축업에 집중됐다.
중국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라 세계 각국의 투자 유치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해외투자박람회(China Overseas Investmen Fair)에는 전세계 100여개 국가의 공무원과 기업가가 몰려 성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브라질·러시아와 인도 등의 지방정부는 대규모 투자유치단을 조직해 이번 행사에 파견하기도 했다.
이밖에 칠레·에콰도르·독일 및 캐나다 등은 중국에서 수시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각종 투자혜택과 우대정책을 홍보하는 등 중국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경제참고보는 전했다.
한편, 한국도 중국의 대 한국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은 최근 베이징에서 한국 투자유치 설명회(IR)를 개최하고, IT·문화콘텐츠·의료기기 등 분야의 우수 한국 중소기업을 중국에 소개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의 구경희 차장은 "중국의 대 한국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선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 차장은 "중국의 해외투자 목적은 선진기술 습득, 쾌적한 주거와 우수한 교육환경 확보 등이었는데, 한국은 그간 지역개발·관광레저 개발 투자유치에 주력해 눈에 띄는 투자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이 중국의 투자수요에 적합한 투자 대상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많고,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많은 만큼 앞으로는 이들 기업을 중국에 적극 소개하고, 한국 기업과 중국의 투자자를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