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치 하락으로 미국내 주식으로도 자금 이동
[뉴스핌=주명호 기자] 미국 증시 상승세에 위험자산 선호도가 급등하면서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됐고, 이는 등급이 낮은 종목의 주가 급등 양상을 이끈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S&P500지수는 10월 말 기준 연초대비 25.3% 상승했는데 가장 등급이 낮은 '클래스C' 주식의 경우 상승률이 54%를 기록하며 전체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등급 'B'주식와 'B-'주식도 각각 30.2% 및 30.4% 올라 전체 평균을 앞질렀으며 등급이 가장 높은 'A+'주는 18% 상승에 그쳤다.
앞서 21일 미 펀드 평가업체 모닝스타가 발표한 집계 자료에 의하면 올해 초 이후 10개월 동안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총 1720억 달러(약 182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전체 유입액 2720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크게 늘면서 품질이 가장 낮은 '클래스C'주식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튼 반스의 크리스 선덜랜드 기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저등급 소형주가 2009년 3월 이후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평했다.
등급별 S&P500지수 내 주식 상승률. [출처: Factset 및 Zephyr, Morningstar. CNBC재인용] |
다만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이런 흐름도 중단될 것이며, 앞으로 우량 종목으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선덜랜드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높은 등급의 주식 수익률이 저등급 주식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 동안 주식펀드 자금의 대부분은 외국펀드로 향했지만 최근에는 미 국내펀드로 유입된 자금도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미 자산운용협회(ICI)는 지난 10월 23일 기준 주간 주식무츄얼펀드 투자 규모가 136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92억 달러가 미국 주식펀드에 유입돼 2007년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고 알렸다.
금융위기 이후 작년까지 4년간 총 1조 달러가 채권형펀드로 흘러들어 갔지만 올해 S&P500지수가 저점에서 3배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자금흐름은 방향을 완전히 전환했다. 그랜담 마요 반 오터루의 제레미 그랜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999년 이후 세 번째 증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금 흐름 전환의 주요인은 미 국채 가치하락이 꼽힌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처음으로 시사하자 5월 21일 기준 1.93%였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79%로 급등했다. 피두셔리 트러스트의 마이클 뮬라니 CIO는 "연준의 축소 움직임에 채권펀드 손실이 발생하자 투자자들은 주식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고 지적했다.
증시 상승세로 주식배당금도 크게 올랐다. 세계 최대 무츄얼펀드 운용사인 뱅가드 그룹에 따르면 올해 배당비율은 57%로 지난 20년 동안 이보다 높은 배당이 나왔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 IT버블 직전 및 2007~2009년 금융위기 직전 두 번 밖에 없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