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자국 통화 강세' 경계감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예상밖 금리인하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EC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된 직후 체코가 11년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이머징마켓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출처:신화/뉴시스) |
월가 투자자들은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에 나섰을 때와 흡사한 경계감이 주요국 중앙은행 사이에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ECB가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인하한 것은 10월 인플레이션이 0.7%로 4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경고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와 함께 유로화를 떨어뜨리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유로존 경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지만 유로화가 달러화와 엔화에 대해 2년래 최고치로 상승하자 수출 비중이 높은 회원국 사이에 불만이 고조됐다.
머크 인베스트먼트의 악셀 머크 펀드매니저는 “체코 뿐 아니라 뉴질랜드와 호주 등 일부 국가는 통화 가치 상승을 방지하는 문제가 상당히 현실적인 과제”라며 “ECB가 금리를 내린 것이 전격적인 결정으로 보이지만 실상 연초부터 유로화 평가절하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다”고 전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의 닐 멜러 외환 전략가는 “새로운 형태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 및 자국 통화 강세에 대한 경계감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체코 중앙은행은 지난 7일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환시 개입을 단행, 코루나화 가치를 4.4% 끌어내렸다. 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해 상당 기간 시장 개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페루 중앙은행은 4년만에 처음으로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상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의 특성상 수출을 늘리기 위해 통화 가치 절하를 도모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은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저조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소위 키위달러가 최근 4개월 동안 4.5% 오르면서 수출 경기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호주 역시 통화 가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 지표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 달러화에 대해 무려 27% 고평가된 상황이다.
ING 그룹의 레인 뉴먼 디렉터는 “ECB가 환율전쟁을 부추긴 셈”이라며 “이번 금리인하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