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달라도 분양가는 평준화,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 분양가 차이 '1억'
[뉴스핌=이동훈 기자] "공공분양 아파트도 강남에 있는 게 훨씬 비쌀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구로구 천왕지구 아파트를 청약했는데 강남 세곡지구 아파트와 달랑 1100만원 차이 나더군요. 제 (청약저축)통장에 800만원 넘게 들어 있는데 제가 선택을 잘못한 것 같아 후회스럽습니다."
서울시 SH공사의 공공분양아파트 분양가 책정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지와 상관 없이 비슷하게 책정돼 수요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어서다. 특히 인근 단지 아파트의 분양가는 1억원대 차이가 발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같은 지구에서 공급한 아파트도 분양가가 달라 예비 청약자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1일 SH공사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SH공사가 지난달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 접수를 받았던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 1단지, 강남구 세곡2지구 1단지, 구로구 천왕2지구 1단지, 중랑구 신내3지구 2단지의 분양가격 차이가 10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 단지의 전용 59㎡ 아파트의 분양가는 각각 2억8900만원, 2억8700만원, 2억7600만원, 2억7000만원이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값 차이는 2억원에 달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곡지구 근처 강남구 수서동 아파트 매매 시세는 1㎡당 780만원이고 구로구 천왕동은 1㎡당 435만원이다. 단순 계산할 때 두 지역의 전용 59㎡ 아파트는 2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수서동 삼성아파트 전용 59㎡는 5억7000만원이며 천왕동 이펜하우스1단지는 3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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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가격을 산정하다 보면 입지가 달라도 분양가는 얼추 비슷하게 나온다"며 "이같은 현상은 LH 보금자리 아파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남권 아파트의 분양가를 더 받아야하며 천왕, 신내지구 등은 적정한 분양가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H 아파트값은 지역별로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같은 단지에선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청약 접수를 받은 내곡1단지 전용 59㎡는 평균 2억8900만원선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기 잔여 물량을 내놓은 내곡7단지(서초포레스타) 전용 59㎡의 분양가는 3억9300만원이다.
바로 주변에 있는 단지인데도 분양가는 1억원 가량 차이 나고 있다. 전용 84㎡ 분양가도 1단지는 4억5000만원 선이며 7단지는 5억6000만원 선으로 비슷한 분양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SH공사는 두 단지의 사업방식이 달라 분양가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같은 내곡지구라도 7단지는 노무현 정부시절 도입한 '국민임대지구' 사업이며 1단지는 보금자리사업이라 택지 조성원가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SH공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에 비해 국민임대 사업은 택지조성원가가 5% 이상 더 높다"며 "이것이 반영돼 분양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 천왕지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천왕지구 SH 공공분양아파트는 인근 오류동의 민간 아파트보다 사실상 높은 가격에 분양되고 있다"며 "SH공사가 강남권과 다른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를 비슷하게 책정하면 결국 같은 값에 아파트를 샀지만 강남 당첨자는 이익을 보고 천왕동 당첨자는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세곡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도 "내곡7단지 청약자들은 내곡1단지보다 1억원 가량 분양가가 차이 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SH공사의 이상한 분양가 책정으로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청약자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관계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국민임대지구와 보금자리지구의 차이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