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김시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소년을 품은 남자쯤이 좋을 듯하다.
영화 ‘소녀’ 개봉을 앞두고 배우 김시후(25)와 마주했다. 어쩐지 말이 없을 것 같아 빼곡히 준비해간 질문지는 생각보다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별로 달갑지 않을 질문에도 정성껏 또박또박 대답했다. 원래 낙천적이거나 오랜 연예계 생활로 매너가 몸에 뱄거나. 후자로 치부하기에 그의 생각은 깨끗하고 맑았다. 드문드문 던지는(지인들만 이해할 수 있다는) 김시후 식 유머도 꽤 유쾌했다.
‘성장드라마 반올림# 1’(2003)의 이순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남자로 변신해 영화 ‘소녀’로 관객을 찾는다. 10년 동안 쌓아온 연기 경력은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제 역할을 해냈다.
“영화를 여러 번 봤어요. 계속 보니까 이제 부족한 면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조금만 더 할 걸, 조금만 더 다르게 해볼 걸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때 생각 못했던 게 생각나기도 했죠. 근데 이거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항상 하고 나서 아쉬움이 남아요(웃음).”
극중 김시후는 말실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윤수를 열연했다. 윤수는 전학 온 시골에서 만난 해원(김윤혜)이 잔혹한 소문에 갇혀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해원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그간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써니’(2011), 드라마 ‘사랑비’(2012) 등을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시후는 윤수를 통해 순수와 광기를 오가는 소년의 심리변화를 날카롭게 표현했다.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죠. 윤수를 보면서 많이 끌렸어요. 감정의 기복과 광기가 단계별로 있잖아요. 그 느낌들을 도전해보고 싶었죠. 또 제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하면 재밌을 거 같았어요. 아무래도 부담보단 흥미가 컸죠. 질타를 받는 것, 두려움 때문에 출연을 망설인다면 앞으로도 다른 연기는 더 못하니까요(웃음).”
‘소녀’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말의 폭력성’이다. 영화는 무심코 던진 말이 얼마나 무서운 파급력을 가지는지 경고한다. 실제 김시후 역시 말 때문에 상처 입은 경험이 있다. 열아홉 당시 그는 소속사 문제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말이 얼마나 무서운 인지 몸소 배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충격은 컸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일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김시후를 일으켜 준 것 역시 영화였다.
“일 년 반 동안 공백 기간을 가지면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죠. 그때 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잠도 안자고 밥도 안 먹으면서 집에서 혼자 영화를 봤죠. 6개월 동안 하루 다섯 편 이상 봤어요. 장르에 상관없이 보니까 생각의 폭도 넓어졌죠. 그 시간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당시 제 나이에 좀 버겁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극복해 나간 거죠. 영화 속에는 모든 게 다 있거든요. 살아가는 인생,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의 고충까지도요. 여전히 영화로 많은 도움을 받죠. 아마 대중 역시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거겠죠?(웃음)”
닮고 싶은 배우는 하정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연기할 때. 인터뷰 내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던 김시후가 망설임 없이 단번에 내놓은 답이다. 쑥스럽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이상하게도 연기할 때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그 답은 생각보다 명쾌해 보였다. 김시후는 그냥 배우가 체질이다.
“대중에게 정말 좋은 연기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특정한 색깔이 없고 다 표현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죠. 작품마다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말이에요. 그러면 아무래도 반은 성공한 게 아닐까요? 아직 제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죠. 더 많은 작품으로 더 발전된 모습들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를 할거고요. 아직 감춰져 있는 게 많으니까 계속 기대해주세요(웃음).”
‘영화狂’ 김시후가 추천하는 영화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