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이미 이탈…당국 "중소기업 점검"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7월 9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경북지역 대표 산업단지인 구미산업단지를 방문해 단지 내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엔저가 지속되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최 원장은 "최근 엔저 영향 등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크게 증가해 수출중소기업의 금융애로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금감원은 환율급변동으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경북 구미산업단지 내 대구은행 구미영업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
3개월이 지난 지금 엔저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값 마져 강세를 보이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수출 중소기업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대일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엔/원 환율은 7월 초 1140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1070원선까지 추락했다.
달러/엔 환율이 7월 초 99엔선에서 10월엔 97엔선으로 제자리 걸음을 보였지만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24일 '버냉키쇼크'의 여파로 연고점(1161.40원)을 경신한 이후 별다른 조정 없이 넉달 만에 100원 가까이 속락했다. 24일 결국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저점을 뚫고 내려가자 외환당국이 "환율쏠림이 과도하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을 정도로 원화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출 중소기업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엔저와 원화강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래 달러당 원화값이 약 1% 상승할 경우 수출업체 영업이익률은 약 0.1% 하락하는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특히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이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값이 1% 상승하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094% 떨어지는 반면 중소기업은 0.13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엔저와 원화강세가) 현대차 등 자동차업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크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금감원이 수출실적이 있는 722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원화강세는 중소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할 경우를 가정했을 때 경기침체와 환율하락에 따른 매출감소로 영업적자 중소기업 비중이 10%p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수출 중소기업 23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원/달러 손익분기점이 1069.10원, 원/엔환율은 1214.40원이었다.
특히 대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면 협력업체의 부품단가를 낮추는 방식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월 중소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종합 점검에 들어간 당시 권혁세 금감원장은 "최근 엔화 약세로 우리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이 내용 중에는 대기업들이 엔화 약세로 부담을 하도급 협력업체에 전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횡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금감원도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를 예의주시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장복섭 중소기업지원실장은 "최근 환율이 급하게 떨어지면서 중소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업들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