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정부가 향후 대기업을 지원하는 R&D(연구개발)예산을 크게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수년 내에 현재 9%대인 대기업의 R&D지원 예산을 5%대로 대폭 축소키로 했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은 18일 '제3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정부의 R&D지원 시스템을 대기업을 줄이고 중소기업을 늘리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향후 국가 R&D전체 예산 비중에서 대기업 지원을 5%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식석상에서 대기업의 R&D지원 예산 축소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조정관은 "지난 5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대기업에 지원되고 있는 R&D예산을 축소해 중소기업의 R&D예산으로 편성할 것"이라며 "전체 R&D 예산규모가 잡혀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현재 9% 수준인 대기업의 R&D지원 예산을 크게 삭감해 5%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최근 3년간 정부가 대기업에 지원한 R&D예산 비중은 전체 R&D예산의 9%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도 국가 전체 R&D예산중 대기업 R&D 지원예산은 9%인 1조2330억원이고 2011년에는 9.3%인 1조3861억원이다. 지난해에도 9.1%인 1조4397억원이 정부의 R&D예산에서 지원됐다.
민간의 R&D투자 역시 대기업 중심이다.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비 중 74.2%는 대기업에서 30.8%는 매출액 상위 5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 중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기업은 1% 미만에 그쳐 중소기업의 R&D 활동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 정부의 R&D지원 예산이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업 규모별 참여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대기업 비중은 전체의 10.9% 수준이나 중소기업은 0.2%에 머물렀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업당 국가 R&D 지원액에서도 대기업이 월등하다. 정부가 지난해 대기업 333개에 지원한 R&D예산은 총 1조4397억원으로 1곳당 평균액이 43억 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연속 상위 10위권에 오른 그룹계열사로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그리고 한화그룹등 주요그룹 계열사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6528개에 총 2조 956억원을 지원받아 1곳당 3억 2000만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기업 중심 R&D지원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경우 자칫 대기업의 R&D투자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번 세제 개편안에서 대기업의 R&D지원 혜택을 크게 축소시킨 상태에서 정부의 자금까지 줄이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기존 10%로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R&D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앞으로는 대기업 3%, 중견기업 4%, 중소기업 5%로 세분화시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으로도 경제민주화로 재계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대기업의 R&D투자 마저 대폭 축소시키는 정책은 대기업들에게 R&D투자를 줄이라는 얘기로 들린다"며 "대기업의 R&D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줄인데 이어 자금지원까지 대폭 축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