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규 BMW 디자이너 인터뷰
BMW 4시리즈 쿠페와 포즈를 취하는 강원규 BMW 디자이너. |
강 디자이너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 기아차를 거쳐 미국 칼리지오브디자인 졸업한 뒤 2005년 BMW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BMW 디자인그룹에 한국인이 합류한 것은 그가 최초다.
지난 17일 파주시 미메시스 뮤지엄에서 BMW 4시리즈를 디자인한 강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봤다.
그는 4시리즈에 각별한 애착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강 디자이너는 “4시리즈는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모토로 디자인 됐습니다”며 “심미적 아름다움과 루프의 우아함, 날렵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형상화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특히 BMW 4시리즈에서 자신감을 갖는 것은 바로 지붕 라인이다.
강 디자이너는 “자동차 문외한인 사람에게 특징을 얘기하라고 하면 주로 앞모습 얘기 많이 한다”며 “눈이 어떻다, 입이 어떻다 이런 표현하는데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어떤 비례를 가지고 있느냐와 지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지붕은 아무 디자인 요소가 없어 보인다”며 “A필러가 C필러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 끝인데 차 디자이너에게 있어서는 이걸 어떻게 미묘하게 조정해서 어떻게 앉아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붕이 차에 어떻게 앉아있는지를 보면 그 디자이너의 역량과 디자인의 깊이가 한눈에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눈에 디자이너의 능력과 실력 있는 엔지니어와 작업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강 디자이너는 “앞으로도 디자이너들은 차의 지붕이랑 호프마이스터킥(뒷유리 끝의 라인), 데이 라이트 오프닝(Day light Opening, 옆면 유리)이 어떻게 생겼느냐를 두고 아마 평생 설전을 벌일 것이다”라며 “자동차 디자이너의 역량과 깊이는 모두 지붕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4시리즈의 루프 끝에서 내려오는 라인을 ‘어깨’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냥 주어진 환경 안에서 그냥 주어진대로 디자인해서는 그런 이런 느낌의 어깨를 절대로 만들 수 없다”며 “디자이너가 여러 가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 그런 오묘한 기법을 써서 어께가 더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같은 라인은 BMW의 특징이라는 것이 강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그 차가가 가진 디자인의 가치, 기능적 가치를 극대화시켜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장식 대신 폼 그 자체를 강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BMW 디자인이 쉽게 질리지도 않고 오래 사랑 받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BMW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말의 의미는 각별하다. 차 브랜드마다 디자인 시스템은 각기 다르다. 수석디자이너가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각 부위별로 디자이너를 두는 경우도 있고 한 디자이너가 차체의 모든 외관 디자인을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BMW는 후자다.
강 디자이너는 “BMW에서는 각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25명이 각기 자동차를 디자인해 경쟁하게 된다”며 “이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4시리즈 디자인이 채택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붕이 최종 평가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붕을 제외한 차체 역시 심플함 같은 것이 가장 좋은 반응을 받았던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경쟁에서 이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005년 입사 후 8년만이다. 그동안 그는 경쟁에서 밀리는 것에 대한 고통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강원규 BMW 디자이너가 BMW 4시리즈 쿠페 디자인을 테이핑 작업을 통해 그리고 있다. |
그는 이어 “그렇다고 인생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해야한다”며 “그 과정에 제일 힘든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오늘까지만 슬프고 내일 다시 하자’ 이렇게 되는 것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감정 조절이 굉장히 힘든 것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실제 그가 입사 이후 8년 동안 겪은 경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실제 디자인이 채택된 이후라고 순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적잖은 수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BMW는 디자인을 최초 스케치에서 시작해서 실제 차 크기의 라인을 그려내는 테이핑작업, CAS, CAD를 통한 디자인 모델링, 나무를 실제 차 크기로 깎아내는 크레이 모델링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차를 만드는 다양한 사람과 협의하고 조정을 해내야만 한다.
강 디자이너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 라인 하나하나에 ‘병적인 집착’을 보인다고 한다.
그는 “테이핑 작업을 할 때, 자동차 옆의 2.5m라인이 2mm 올라가면 나을거 같다, 5mm늘어나면 나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 디자이너”라며 “2.5m에서 2~5mm가 눈에 보일까. 그런데 보인다. 파이팅을 잘 거친 라인만이 아름다움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시리즈가 워낙 중요한 차다보니 회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보다 훨씬 개입을 많이하고 싶어 했다”며 “많은 인풋(In Put) 있다는 것은 양산 디자인 자체가 순탄치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위가 나보다 높다보니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이들에게 디자인을 파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회상했다.
예를 들어 4시리즈 지붕과 DLO(옆 유리) 사이의 라인이 얇아진 것은 BMW 고유의 디자인 지향성 때문이다. 이 라인이 얇을수록 차가 가볍고 속도감이 나는 디자인이 된다는 회사 측 판단을 받아드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 디자이너는 이번 4시리즈의 디자인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틈만 나면 수 만번 봐 왔을 BMW 4시리즈를 바라보고 또 라인을 손으로 훑었다. 그가 디자인한 BMW 최초의 4시리즈가 한국에 출시된 이날은 그에게도 각별한 날로 보였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독일의 대표적 명품 BMW에서 활약하는 첫 모습을 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 디자이너는 앞으로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항상 생각합니다. 앞으로 BMW의 중요 모델을 모두 제가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제가 꿈꾸는 방향으로 말이지요.”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