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눈물을 많이 흘려야 좋은 작품인가요?”
솔직히 예상보다 슬프지 않았던 영화 ‘깡철이’에 조금 실망한 터였다. 그래서 ‘깡철이’ 프로모션 인터뷰 차 마주한 유아인(27)에게 영화가 만족스럽냐는 질문 대신 시사회 후 울었냐고 물었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아들 이야기를 다뤘으니 눈물은 나름의 작품 완성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문이 돌아왔다. 깡철이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던 유아인은 이내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되레 과하지 않은 감정조절이 마음에 든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보였다. 작품을 옹호하고자 하는 형식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원래 제 영화 보고 안 울어요. 편집본을 많이 봐서 객관화돼 있죠. 그런데 슬퍼야 좋은 작품인가? 그건 아니잖아요(웃음). 언제부턴가 가을바람 불면 슬픈 영화가 나오면서 눈물이 자연스럽지 않은 듯해요. 전 인물의 삶이 구차하고 힘들어도 영화로 풀어가는 방식이 신파로 흘러가길 원치 않았어요. 그 부분에서 이야기나 감정신이 너무 질펀하지 않아 좋았죠. 적당히 담백하게 풀어냈다고 할까요. 감독님께도 그 부분이 고맙다고 문자를 드렸어요.”
극중 유아인은 거친 세상에 ‘깡’ 하나로 맞서는 부산사나이 강철을 열연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에게는 다양한 숙제가 주어졌다. 대구 출신인 유아인에게 걸쭉한 부산사투리에 과잉되지 않은 세련된 감정 연기까지 요구됐다. 물론 유아인은 이 모든 숙제를 완벽하게 풀어냈다. 그는 비결이 ‘덜’하는 거라며 웃었다.
“담백하다는 건 덜 짜고 덜 달고 덜 매운 거예요. 감정으로 맛을 만들어야 하는 장르에서 담백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죠. 연기하다 보면 수위를 넘고 싶어지거든요. 내 안에 최소한의 에너지만 남기고 밖으로 발산했을 때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크니까요. 근데 그걸 최대한 절제하고 필요한 양만큼만 썼어요.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지만 컨트롤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도전정신이 있었던 거 같아요.”
영화 ‘완득이’(2011)와 비슷할까 출연을 망설였다지만, 그는 확실히 2년 전과는 달랐다. 거친 세상에 맞서는 자유분방한 청춘은 유아인을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반항기 넘치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굳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다. 다만 이젠 그 위에 더 많은 색을 입히고 싶다.
“자유분방한 청춘을 연기하는 건 제 운동장을 만드는 과정이죠. 그 위에는 액션, 멜로도 가미될 수 있는 거예요. 물론 '내가 이거밖에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은 있었죠. 그래서 드라마 ‘장옥정’을 한 거고요. 전 제가 그런 느끼한 대사는 뱉을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할 수 있었죠. 사실 이십 대 배우한테 한국 영화가 기대하는 게 뭐겠어요? 찬연한 빛, 청춘의 뜨거움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카테고리 자체가 운동하는 이미지, 액션 드라마, 하이틴 순정만화 정도에요.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몸 좀 안 쓰게(웃음).”
자유분방한 청춘의 모습이 어디 스크린 속 뿐일까. 유아인이란 배우 역시 대중에게 자유분방한 연예인으로 각인돼 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할 말 다하는 속 시원한 스타일. 실제 유아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말에는 자신감이 넘치되 결코 가볍거나 비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연예계는 부자연스럽고 가식적인 모습이 자연스러운 바닥이다. 하지만 유아인은 용케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그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저 되게 눈치도 많이 보고 소심한 A형이에요(웃음). 생각도 많고 많이 담아두죠. 그냥 깡으로 말해요. 사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은 말의 십 분의 일밖에 안돼요(웃음). 물론 아무 말도 안하는 사람도 있죠. 언제나 정해진 답변만 하는 배우들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근데 재미없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재미거든요. 배우가, 엔터테이너가 뭐예요? 전 저를 바라봐는 주는 사람들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이 일에 접근하는 저도 재밌고 싶고요. 나쁜 일을 하지 않는 한, 범법행위를 하지 않은 한 말이죠(웃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사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물론 저도 악플에 상처받아요. 그런데 결국 상처란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잖아요. 무엇보다 이제 조금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냥 이 것도 공인이, 젊은 배우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인 거죠. 이래야 세상이 바뀌지 않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이 바뀌진 않거든요. 결국 누군가가 바꿨기 때문에 거기에서 좀 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거겠죠.”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