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최태원 SK(주)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SK그룹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항소심 공판 내내 재판부가 최 회장측 변호인을 신뢰하지 못했다는 점이 SK그룹을 가장 우려케 한 듯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측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나 변론재개 신청이 신뢰성을 의심받거나 사실상 거부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26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오는 27일 오후 2시 최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고 함께 구속기소된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측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에서 최 회장의 무죄입증에 주력했다. 심지어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대만에 억류 중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송환을 요청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한 상태이다. 김 전 고문은 항소심 재판에서 부각된 핵심 인물이다. 최 회장측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에서 회삿돈 횡령을 주도한 인물로 김 전 고문을 지목했다.
이 때문에 항소심 공판 마지막까지 김 전 고문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이 시간부로 김원홍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라"며 양측에 경고까지 했다.
여전히 항소심 재판부에 흐르는 기류는 냉랭하다. 사실 항소심 재판과정을 들여다 보면 최 회장측 변호인에 결코 유리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최 회장측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나 변론재개 신청등이 매번 기각되거나 인정되지 않았다. 또 최 회장측 변호인에게 면박을 주거나 김 전 고문이 '원격 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수차례이다. 최 회장측 변호인이 항소심 재판부에 탄핵증거로 제출한 김 전 고문의 녹취록 역시 재판부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항소심 재판부의 불신만 키웠다는 시각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측 변호인이 1심과 달리 진술을 번복하면서 생긴 결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1심 당시 펀드 자금 조성과 인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해왔지만 항소심에서는 펀드 조성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을 뒤집었다.
이 때문인지 SK그룹에서도 긴장감이 어느 때 보다 한층 높다.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곳곳에서 답답한 표정이 역력하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분위기가 좋지 않아 선고결과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이번 항소심 결과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며 긴장된 모습을 내비쳤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