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조건에 "대부업 계속하는 게 낫다"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위원회가 일부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 저축은행 인수 허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예성 등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교저축은행 매각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시각이 높다.
23일 금융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유력 인수 후보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 인수 조건에 대해 매우 난감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대부업체에선 "이런 조건으로 과연 저축은행을 인수해서 뭐하냐"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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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저축은행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표명해 온 대부업체는 에이앤피파이낸셜(상호명 러시앤캐시)와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 두 곳 정도다.
인수 유력 후보 대부업체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전까지는 저축은행 인수에 긍정적인 시각이 강했지만, 가이드라인 내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솔직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2일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부업체의 신규영업 최소화와 대부잔액 점진적 축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잔액 규모를 축소하라는 것은 기존 대출 회수만 하고 사실상 신규대출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대부업과 저축은행 둘 중 하나만 하라고 하면 잘되는 것(대부업)을 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부업체들이 기존 대부업을 접으면서까지 굳이 사업성이 불투명한 저축은행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기준으로 제시한 1000억원 이상 대부업체는 러시앤캐시와 웰컴론 외에도 산와대부, 바로크레디트, 케이제이아이대부금융, 리드코프 등이 있지만 이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관리하에 있는 매각 대상 가교·계열 저축은행은 예성·예쓰, 예주, 예신, 예나래, 해솔, 한울 등 총 7개사다. 당국은 올해 안으로 매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에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기로 한 배경에는 금융지주·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의 인수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최근 예성·예쓰 등 가교저축은행 입찰에는 금융기관이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예쓰저축은행은 설립된 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의 저축은행 인수전 참여가 불투명해 금융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가교저축은행 매각작업이 재차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