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회복을 주도하며 선방해 왔던 아시아의 경제 전망이 다시 흐려졌다는 평가다. 특히 아시아 성장을 견인해 온 중국이 이번에는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주목된다.
1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 이후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 주식시장과 현지 통화가치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등 글로벌 경제의 권력 균형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리먼사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부채를 쌓아가며 성장에 몰두했고, 미국과 유럽 주도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선진국에서 금리가 낮아지면서 고수익을 좇는 투자 자금이 빠르게 아시아로 유입됐던 것.
실제로 리먼사태 이후 2년이 지날 무렵 아시아 주식시장은 40%가 뛰며 미국 주식시장을 42%포인트나 앞질렀다.
녹색:일본 제외 MSCI 아시아지수/주황색: S&P500지수 [출처:블룸버그 차트] |
하지만 위기 후 5년이 지난 현재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태세를 약화하거나 심지어는 새로운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유입됐던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고, 그간 쌓아온 막대한 부채 때문에 향후 성장세 역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CLSA아태담당 대표 아마르 길은 “향후 몇 년이 아시아 금융시장에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회복의 중심에 있던 중국에 대한 우려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아시아 성장률이 치솟았던 데는 중국의 건설붐이 한 몫 했다. 이 덕분에 인도네시아 석탄과 태국 고무, 한국의 굴착기 산업 등이 동반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확장세를 멈추고 올해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은행들의 대출 여력은 상당한 우려가 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리먼사태 이후 이어진 대출 붐 때문에 은행들은 이제 악성 부채만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포지텍 미국지부 CEO 톰 던칸은 “이제는 일종의 중국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면서 “(중국) 신용시장이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펀딩을 다변화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남아 일부와 한국 등 리먼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곳들도 상당수로 평가된다.
동남아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호황을 겪었고 해당국 은행들 중 일부는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2위 은행인 CIMB그룹홀딩스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아시아 투자은행부문을 인수한 것이 그 한 예다.
WSJ는 한국 원화의 경우 리먼사태 이후 가치가 급락했지만 이후 몇 년이 지나면서 그 같은 통화 약세는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