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엔이 97엔선까지 밀리는 등 엔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최근 뚜렷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월가 투자가들 사이에 비관론이 번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판매세 인상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엔화를 몰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다.
월가 투자가는 이른바 ‘잉글리쉬 달러’를 매입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달러화를 포함해 영국 파운드화와 캐나다 및 호주, 뉴질랜드 달러화가 유망하다는 판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1997년 나타난 판매세 인상 이후 엔화 급락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일본 정부가 판매세를 3%에서 5%로 올린 뒤 일본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었고, 엔화는 단기적 상승 이후 15개월에 걸쳐 달러화 대비 30% 급락했다.
예일대학의 하마다 고이치 경제학 교수 겸 아베 총리의 경제 자문관은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이륙할 때 가장 불안정하다”며 “일본 경제는 지면에서 발을 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세금 인상을 연기하지 않을 경우 실물경기 타격을 물론이고 소위 아베노믹스의 미미한 효과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엔화의 가파른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는 일본 정부가 판매세를 인상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1%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판매세 인상이 역시 성장률에 0.3~0.4% 가량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트만 레터의 데니스 가트만 대표는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엔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을 늘리고 실물경기 회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연초 이후 엔화는 이미 달러화에 대해 12% 하락했다. 향후 수년간 달러/엔이 최고 150엔까지 오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가트만 대표는 엔화에 대해 미국 달러화와 캐나다 및 뉴질랜드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를 매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상품 통화가 엔화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