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산=글 이현경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1999년 밴드 결성과 2002년 1집 '펑크(FUNK)'로 데뷔.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해체. 짧은 활동이었지만 록밴드 불독맨션의 존재는 아직 대중의 뇌리에 박혀 있다. 팀 인상만큼이나 강렬한 곡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Destiny'를 시작으로 CF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던 '좋아요’, 그리고 “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리더 이한철의 솔로곡 ‘슈퍼스타’까지.
오랜 기간 팬들의 기억 속에서만 자리하던 불독맨션 이한철(42·보컬,리더)과 조정범(42·드럼), 서창석(39·기타), 이한주(38·베이스)이 오랜 만에 대중 앞에 나왔다. 2004년 해체 이후 무려 9년 만에 재결합한 불독맨션은 지난 27일 대부바다향기바다파크에서 펼쳐진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다양한 공연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번 페스티벌은 큰 무대에 속한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불독맨션에게서 비장함 마저 감돌았지만 이내 무대를 장악했다. 9년 만에 갖는 팬들과 마주침이 어색하지 않았다. 불독맨션만의 환상의 호흡이 대중과 통하는 순간이었다.
“근래 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불독맨션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에요. 두 세 시간짜리 공연과 다르게 빈 공간에서 정점으로 확 치닫는 페스티벌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것 같아요. 정말 정신없이 즐겼네요. 시작한 지 2곡 만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창석)
긴 공백이 무색하게도 관객과 공감과 함성으로 가득 찬 무대였다. 불독맨션 4인의 호흡이 에너지로 느껴졌다. 행복 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안내했다.
“예전에 공연할 때는 신이 나면 흥분을 주체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자제할 줄도 알고, 제대로 즐기는 방법도 터득한 듯해요.”(정범, 한주)
불독맨션의 노래를 들으면 ‘신난다’는 느낌이 강하다. 록 페스티벌을 찾은 이들은 불독맨션의 펑키한 음악에 반응했다. 경쾌한 리듬과 밝은 분위기의 곡들은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이날 불독맨션의 무대를 찾은 팬들은 다른 록 밴드의 공연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을 만들었다. 춤을 추고 있었다.
“불독맨션의 모토는 ‘관객들을 춤추게 하는 밴드’에요. 하드코어 댄스가 아니라, 그냥 느끼는 대로 기분 좋게 몸을 흔드는 정도로요.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이 반응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오늘 페스티벌에는 그 이상으로 뛰고 열광하면서 희한한 춤까지 개발한 팬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춤을 못추는데 공연할 때는 마음껏 춤을 춥니다(웃음).”(한철)
축제에 어울리는 펑키한 음악, 즐길 줄 아는 관객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불독맨션에게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비결이 있는가 질문에 이한철은 “이상하게 우리가 ‘뛰어’라고 하면 뛰고, ‘잠깐만’이라고 하면 멈추더라”며 팬심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자랑했다. 하지만 곧 ‘진정성’이 아니겠냐며 자신 있게 주장했다.
“관객을 제어할 수 없다는 건,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관객을 제어하게 되면 그 누구도 즐길 수 없는 공연이 되거든요. 밴드와 관객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그 순간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공연의 시너지가 발생하거든요.”(정범, 한철)
한국적인 펑크 록의 청사진을 내놓은 불독맨션은 서정적인 ‘Apology’, 라틴풍의 ‘Lucha Amigo’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 왔다. 대중가요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장르 음악들이 풍성해 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록의 대중화 만큼 중요한 것이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보사노바, 쌈바, 스카 등과 같은 것들 말이죠. 개인적으로 장르 음악 중 스카(자메이카 풍 음악)를 좋아해요. 킹스턴 루티스카, 무드살롱, 사우스 카니발…. 이정도 팀 밖에 나열할 수 없네요. 예를 들면 유럽, 일본만 해도 축구팀이 60개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20개 밖에 안 되거든요. 물론 음악을 취미로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다양한 음악을 하며 삶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뉴스핌 Newspim] 안산=글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 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