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미국의 정보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두고 미국와 볼리비아의 신경전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볼리비아는 미국 정부의 스노든 인도 요청을 거부키로 했으며, 남미 지도자들은 볼리비아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는 앞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유럽 영공 진입을 거부당한데 따른 것으로, 남미 국가들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스노든이 볼리비아에 올 경우, 그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또한 미국 정부의 스노든에 대한 신병 인도 요청이 미국과 볼리비아 양국의 외교관계 정상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비행기는 스노든이 탑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프랑스와 포르투갈, 스페인의 영공 진입을 거부당했다. 이로 인해 모랄레스 대통령은 오스트리아에서 14시간을 보낸 뒤 볼리비아로 돌아갔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 중이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남미)대륙에 대한 공개적인 도발"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북미 국가(미국)의 요원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남미 각국 지도자들 역시 볼리비아와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남미 각국 지도자들은 이날 긴급 정상회담을 위해 볼리비아에 모였다.
남미 12개국 연합체인 남미국가연합(UNASUR)은 이날 오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긴급 정상회담을 갖고 이번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볼리비아를 비롯해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수리남 등 현재 6개국만이 참석을 통보했으며, 브라질은 지후마 호세프 대통령 대신 외교 자문과 외무장관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대통령 전용기가 다른 국가에서 영공진입을 거부당했다면 당장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볼리비아는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행동을 자국 대통령에 대한 납치 행위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으며, 정상회담 참석을 결정한 6개국은 미국이 유럽 각국에 압력을 넣었다는 입장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과 우호관계인 칠레, 페루, 콜롬비아는 불참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스노든이 경유하거나 착륙할지도 모르는 모든 국가에 대해 스노든의 송환 요청을 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