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은행권이 연방준비제도에 적립한 자금이 1조달러를 돌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적립금인 25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인 동시에 사상 최대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연준에 잠재적인 이자 비용 부담을 높이는 한편 인플레이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자산 매입 축소 문제와 더불어 또 한 가지 골칫거리라는 지적이다.
은행권이 연준에 적립한 현금은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다. 연준이 금융시스템 안정 및 실물경기 개선을 위해 이자를 지급하면서 예치금이 급증한 것.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은행권이 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예치금을 대폭 늘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JP 모간의 예치금이 2140억달러로 1년 전 610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났고, 웰스 파고 역시 같은 기간 4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뛰었다.
문제는 예치금이 단시일 안에 줄어들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데다 연준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자 비용 부담이 급증한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현금 적립금으로 인해 금리 조절을 통한 인플레이션 통제가 쉽지 않다고 시장 전문가는 지적했다.
일부 투자가들은 연준이 국채를 포함한 자산을 매입할 때 금융권에 지급되는 현금이 다시 연준에 역류하면서 현금 예치금이 늘어난 만큼 양적완화(QE)를 축소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매입 축소 여부가 여전히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데다 실제 이를 이행한다 하더라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준이 속도 조절에 각별히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때문에 자산 매입을 줄여도 현금 예치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장기간 유지된 제로 수준의 금리가 인상될 때 연준의 이자 비용이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연준이 지급하는 이자율은 0.25%다. 매년 연준의 이자비용이 25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SNL 파이낸셜의 마샬 슈라이브만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은행권이 연준 예치금이 대폭 늘어났다”며 “천문학적인 현금이 쌓인 채로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