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년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겠다는 야심으로 거대한 실험을 단행한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금융시장만 요란하게 달궜을 뿐 실물경기 회복에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유낙하를 방불케하는 엔화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해소와 내수 경기 개선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금융시장에서 아베노믹스의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29% 급락했고, 닛케이 평균주가는 1만5000을 넘어서며 5년래 최고치에 올랐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외환시장과 국채시장에서도 일본의 공격적인 부양책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주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시장 전문가는 2.7%의 성장률을 이룬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0.2%에 비해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은행(BOJ)이 내세운 목표 지점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엔화 하락에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주요 매크로 지표 역시 개선의 신호를 보내지 않는 상황이다. 물가 역시 하락 추세를 탈피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총리의 야심찬 부양책에도 일본 경제가 내년까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민을 장려해 고용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여성 인력의 활용을 높인다는 계획 역시 관련 이해 단체와 조율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다.
HSBC의 데발리에 이즈미 이코노미스트는 “대대적인 개혁과 부양책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실질적인 부양 효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이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분기 성장률이 커다란 진전을 이룬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