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물경기 회복보다 자산시장 왜곡 우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를 맞은 선진국에 제한됐던 팽창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일본이 전례 없는 자산 매입을 필두로 호주와 폴란드, 베트남까지 금리 인하를 포함한 부양책에 속속 가세하는 움직임이다.
꼬리를 무는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완화가 실물경기 회복보다 자산 시장의 왜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까지 글로벌 중앙은행은 2007년 6월 이후 511차례에 걸친 통화완화 정책을 단행했다.
금리인하는 이머징마켓으로 점차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산이다. 이날 베트남과 스리랑카가 금리인하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월가의 투자은행(IB)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팽창적 통화정책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성장이 부진한 한편 저조한 인플레이션이 유지되고 있고, 여기에 BOJ가 통화 전쟁에 불을 당긴 데 따른 후폭풍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모간 스탠리의 조아킴 펠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지지 않더라도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움직임”이라고 판단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로버트 프라이어 완데스포드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와 대만이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중국 역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으로 달러/엔 환율이 4년만에 100엔 선을 넘어서면서 통화가치 절하에 대한 압박이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최근 뉴질랜드와 스위스를 필두로 주요국은 수출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연이어 내비치고 있다. 스위스 정부가 중앙은행에 크로나 강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스럽다는 표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연방준비제도(Fed)가 첫 양적완화(QE)를 단행했을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스의 줄리안 캘로우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수건돌리기와 다를 바가 없다”며 “완만한 통화완화 정책으로도 금융시장의 질서를 크게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 행위”라고 주장했다.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는 “중앙은행의 정책 타당성이 실물경기로 입증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