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에 이어 이머징마켓 중앙은행까지 통화완화에 가세한 가운데 값싼 유동성이 전통적인 위험자산으로 밀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로존 부채위기로 이른바 ‘리스크-오프’ 심리가 고조되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진 이머징마켓 주식이 부양책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10일(현지시간) 펀드 리서치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 주 사이 4억달러에 이르는 신규 자금이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로 유입됐다.
앞서 3주간 총 39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한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 증시에 상대적으로 뒤쳐졌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뚜렷한 모습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주 사이 투자자들의 이머징마켓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MSCI 이머징마켓 인덱스는 지난달 18일 저점 대비 5% 이상 상승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앙은행의 통화완화가 호주와 이머징마켓으로 확산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보다 강화됐고, 이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에 비해 이머징마켓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웰스 파고의 숀 린치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주식의 투자 매력을 높인 데 이어 이머징마켓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이머징마켓의 주가수익률(PER)은 10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브라질, 대만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장기물 국채의 30년 강세장이 지난 달 29일을 기점으로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1.67%가 저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로스는 채권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는 베어마켓이 올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가 앞으로 수년간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제동을 걸면서 국채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밀어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