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트보다 투자리스크만 올라가
[뉴스핌=이영기 기자] 만기가 7년 이상인 회사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이제 고비를 넘는 분위기다.
회사채 장기물의 스프레드 축소가 막판으로 다가오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전망이 짙어진 탓이다.
최근 SK에너지 등이 회사채 발행에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당초보다 5년물은 줄이고 7년물을 증액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채 장기물의 스프레드도 축소될 만큼 축소돼 만기보유가 아니면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7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전날 회사채 등급이 AA+인 SK에너지는 3년만기 1100억원과 7년만기 19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100% 청약된 결과 증권사가 인수해야할 물량은 남지 않았다.
당초 5년만기도 5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공모희망금리 이내에 수요참가한 투자자는 전무했다. 반면 7년물은 1000억원 발행에 2300억원의 참가 수요가 넘쳐났다.
이에 SK에너지는 5년물은 발행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7년물을 10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3년물을 50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한 것이다.
만기 5년 이하 회사채에 대한 금리 메리트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투자수요는 점점 장기쪽으로 몰린 영향이다.
한 회사채 트레이더는 "수익률 커버가 5년까지는 많이 내려왔고 7~10년은 여전히 가파르다"면서 "절대금리수준이 아직은 높은쪽으로 수요가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물 발행규모를 줄이고 7년물을 늘린 발행사는 또 있다.
회사채 등급이 AA+인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9일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5년물을 당초보다 200억원 줄인 800억원, 7년물을 당초보다 200억원 늘린 1200억원이었다.
등급 AA-인 SK네트웍스도 마찬가지. 지난 30일 발행에서 SK네트웍스는 5년물은 당초의 3분의 1인 500억원, 7년물을 당초 두배인 2000억원을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이같은 7년 이상 만기의 장기물 회사채 인기도 고비를 넘는 분위기다.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득세하면서, 장기물에 대한 투자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은 이를 반영하듯이 장기물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1주일 전에 비해서 높아지고 있다.
NH농협증권의 이경록 애널리스트는 "장기물 크레딧 스프레드가 바닥까지 왔다"면서 "지금 금리가 너무 낮아 향후 오를 경우 변동성이 큰 장기물의 투자 위험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현시점을 관측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나 연기금 처럼 만기보유의 경우가 아니면, 시간을 두고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의 상대적 투자매력이 스프레드에 따른 절대금리였지만 지속적인 스프레드 축소로 메리트가 거의 없고 향후 추가 축소에 대한 기대도 약화된 것이다.
HMC투자증권의 황원하 애널리스트는 "크레딧 스프레드의 추세 반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