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장 초반 상승 흐름을 탔던 유로화가 내림세로 꺾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언급하면서 하락 압박을 가했다.
통상 ECB가 경기부양 의지를 밝힐 때 상승 탄력을 받았던 유로화는 이날 상반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2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0.87% 하락한 1.3065달러에 거래됐다. 장 초반 1.32달러 선까지 상승한 환율은 마리오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발언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하락했다. 유로/엔은 0.26% 하락한 128.02엔에 거래됐다. 달러 인덱스는 0.69% 상승한 82.21을 나타냈다.
ECB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25bp 인하한 한편 추가 부양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리오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언급에 대해 유로화 평가절하를 이끌어 수출을 중심으로 유로존 실물경기를 회복시킨다는 의도로 풀이했다.
존 맥카시 다우존스 외환 칼럼니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통화 평가절하 효과를 낸 셈”이라며 “수출을 중심으로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 경제 회복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엔화 약세에 따른 파장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의 가라 메이어 외환 전략가는 “드라기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언급한 즉시 유로화가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ECB는 말 그대로 비전통적이고 전례 없는 정책 카드도 불사하겠다는 투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 지역의 제조업 지수가 4월 46.7을 기록해 전월 46.8에서 하락한 한편 21개월째 수축 국면을 지속하는 등 매크로 경제가 뚜렷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이날 금리인하를 필두로 향후 보다 비전통적이고 과격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날 ECB의 금리인하 및 강력한 부양 의지가 이머징마켓 통화 및 상품 통화의 상승에 힘을 실었다.
유로존 경제가 침체를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들 통화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남아공의 랜드화가 달러화에 대해 0.90% 상승했다. 캐나다 달러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0.13% 상승했고, 호주 달러도 0.32% 올랐다.
이밖에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6일만에 상승했다. 미국 주간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달러화 상승을 뒷받침했다. 달러/엔은 0.62% 오른 97.99엔을 나타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32만4000건으로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