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비중 작아도 시장엔 충격줄 수 있어
[뉴스핌=김사헌 기자] '아베노믹스'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보려면 대형 보험사의 자산 배분 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보험사는 자산운용 규모가 332조 엔(3726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약간만 변화가 오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22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장기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것인 만큼, 일본 생명보험사에게는 신용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금리가 낮아지면 마이너스 수익률이 강화되어 재투자 위험이 높아지고 듀레이션 미스매체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늦춰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디스는 이어 생보사가 해외증권 매입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내 증권 투자를 줄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지난 20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부터 일본 대형보험사들이 새 회계연도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중에서 1%만 해외투자로 이동한다고 해도 '에티오피아' 규모의 경제가 움직이는 정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관심있게 보도했다.
일본보험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 보험사는 총 자산의 44% 정도를 일본 국채에, 15%는 해외채권과 주식에 운용하고 있는데 해외증권은 주로 국채가 대부분이다.
앞서 일본 6위 생명보험사인 미쓰이생명보험은 6.5조 엔에 달하는 운용자산 중에서 해외채권 비중을 600억 엔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해 이 같은 변화를 예감하게 했다.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주로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의 증가는 곧 주요국 국채시장에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생보사협회의 회장을 맡은 마쓰오 겐지 야스다메이지생명보험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해외채권 매수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한 가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쓰오 회장의 이러한 발언 자체만으로도 주말 도쿄 외환시장의 달러/엔이 추가로 상승했다고 당시 시장참가자들은 전했다. 게다가 최근 몇 주 사이 프랑스와 호주 채권시장도 일본 보험사들의 자금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 대형 보험사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매우 완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많아야 몇 %포인트 정도 움직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마쓰오 회장 역시 1980년대 자산거품 시기에 투자를 늘렸던 상대적으로 위험한 해외해권과 주식, 부동산 등의 시장으로 자금이 크게 흘러들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보험사들은 중앙은행이 2년 내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저금리 여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다. 마쓰오 회장은 "해외채권으로 일시 투자하더라도 금리가 상승하면 다시 JGB시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은 일본 국채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 축은 여전히 일본국채(JGB)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쓰이생명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스기모토 세이 씨는 언론사와의 대담에서 "올해 국내채권 보유액을 늘릴 때 수익률 변화에 따를 것"이라면서 "금리가 하락한다면 매입 속도를 느리게 하고 금리가 상승하면 좀 더 빠르게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키모토 수석은 금리가 하락해서 국내채권 매입 속도가 느려진다면 일부는 해외채권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 이탈리아와 호주 채권을 매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미쓰이생명은 대신 대출과 주식 쪽 투자 비중을 줄일 방침이다.
신문은 또 다른 대형 생보사의 채권투자전략가들도 상당한 액수를 미국 국채,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영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비쳤다면서, 금리가 지금처럼 낮은 일본 국채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5위 보험그룹의 자회사인 T&D 애셋매니지먼트의 글로벌채권투자 수석인 온센 유이치 씨도 생보사들이 해외채권 매수를 약간 늘릴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워낙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만큼 적극적인 해외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보사들도 힘을 잃고 있고, 지금 당장은 방어적인 모드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더라도 환 위험을 대부분 헤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해외채권 투자가 늘어나더라도 외환시장에서 직접적인 변동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