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박기범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국민행복기금과 관련해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국민행복기금 회의실에서 서민금융 간담회를 개최하고 접수 창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막연하게 느꼈다가 오늘 와서 체험담 위주로 들으니까 (채무조정이) 그동안에 소홀했던 부분에 대한 유기체로서의 역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빚을 상환하고자 하는 사람한테는 희망을 줘야 한다"면서 "(빚을) 떼어 먹겠다는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빚을 갚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채무자의 상환 능력 배양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채무조정을) 고용과 교육하고 연계해 줘야 하는데 손쉬운 과제는 아니다. 시간이 걸리는 과제"라며 "어느 순간 취직이 되는 건 아니고 여기 온다고 100% 취직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불법 채권 추심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기자들이 이날 간담회에서 신 위원장이 '채권 추심'을 많이 거론했다고 하자 "금융감독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불법 추심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날 서민금융 간담회에 참석한 채무불이행자들에게 채권추심을 많이 당했느냐고 직접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열린 `국민행복기금 가접수 현황점검 서민금융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채무 탕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빚을 갚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은 22일부터 30일까지 채무구조조정신청 가접수를 받으며 나중에 추후 심사 및 채무조정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
신 위원장은 또 "홍보가 안 돼서 채무 불이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제도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홍보를 잘 해 달라"면서 홍보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신청)과정에서 주위에 불필요하게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운영상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채무 감면율 조정과 관련, "상환능력, 연령, 연체기간을 통해서 결정하게 돼 있는데 상환능력을 고려해 채무조정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해이도 방지해야 한다"며 "채무조정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세 가지 기준뿐만 아니라 개선할 점이 있는지 세심하게 봐달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신 위원장은 행복기금과 금융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채무조정이 과거와 달리 몇 곳에 국한되지 않고 전 분야에 결쳐 잘 이뤄지도록 (금융기관의) 협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신청하는 이들은 (신청 창구로) 어려운 발걸음 한 것"이라며 "친철하고 세심하게 채무 재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에는 캠코 3층에 마련된 접수 창구를 찾아 국민행복기금 1호 신청자 송 모씨의 사연과 고충을 직접 청취했다. 송 씨는 제과점을 운영하다 IMF가 터지면서 사업성이 나빠지자 임대료를 내지 못하다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밀려났다.
신 위원장은 "(채권 추심업체에서) 전화 많이 받으셨겠다", "어떻게 행복기금 제도가 있는지 알았느냐", "처음 오신 거냐", "우리가 이번에는 최대한 도와드리겠다"는 등 관심을 보이고 채무자를 격려했다.
한편, 이날 서민금융 간담회에서는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을 신청하게 된 채무자들이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의료용품 사업을 하던 중 대출 실적을 위해 캐피탈을 이용하다 이번에 국민행복기금에 신청했다는 김모 씨는 "경기가 나빠서 의료기기 판매 실적이 들쭉날쭉해서 이자가 미뤄질 때가 있는데 상호저축이나 캐피탈 등은 이자가 1일만 늦어져도 전화가 와서 스트레스가 굉장했다"며 "경기가 좋으면 갚을 수도 있고 나쁘면 못 갚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땐 난감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동네슈퍼를 하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사업이 실패하고 대부업체 빚이 증가해 가계문을 닫았다는 이모씨는 "2011년 신복위 통해 조정을 받아 빚을 다 갚았지만, 채무를 갚고도 기뻐할 수 없는 것이 대부업에서 썼던 돈이 있었다"며 "가게 문을 닫고 야반도주했는데 몸이 아파서 일용직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대부업체 (독촉) 때문에 제 명의로 핸드폰 하나 만들지 못했다"며 "행복기금이 시작해 대부업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희망이 생겨 감사하다. 채무감면 통해 장기적으로 갚을 수 있도록만 해준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