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IT업계가 최근 각자대표 체제로 잇따라 전환하고 있다.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속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다. 특히 모바일 관련 산업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전날 기존 박병엽 부회장의 단독대표이사 체제에서 이준우 부사장으로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함에 따라 각자대표로 전환했다. 박병엽 부회장이 외부 자본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이 대표가 현장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다. 박병엽 팬택 회장은 전날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외부 자본 유치를 위해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닐 계획"이라며 "내부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자대표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동대표'와 '각자대표'의 차이는 날인을 모두에게 받느냐, 한 명에게만 받느냐다. 대표 모두에게 날인을 받아야만 하는 공동대표제는 대표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각자대표제는 각 대표들의 자율성이 보장돼 의사결정이 빠르지만 의사결정이 독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최근 IT업계의 조직 변화는 '의사결정의 속도'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을 중심으로 산업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IT업계에서는 각자대표제, 분사 등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향의 조직변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소비자가전(CE)·IT모바일(IM)·부품(DS) 등 3대 부문에 각자 대표이사를 두는 `3톱 체제`를 가동시켰다. 각 사업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가운데 의사결정 속도는 높이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겸 DS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을 유임했다. 또 CE부문장인 윤부근 사장과 IM부문장인 신종균 사장을 추가로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사업부문별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는 `각자대표` 체제로 바꾸고, 법률·행정상 대표 업무는 선임인 권 부회장이 맡는 것으로 역할을 나눈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이사로서의 권한과 사업에 대한 책임을 일치시켜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부를 분리해 따로 법인을 만드는 '분사'는 이같은 의사결정 속도의 중요성을 한층 더 반영한 조치다. NHN은 오는 8월 게임사업부인 한게임을 분사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주총에서 김상헌 대표는 '분사'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NHN은 오는 8월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으며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라인플러스와 모바일 혁신 서비스를 담당하는 캠프모바일을 설립했다”며 “이를 통해 더욱 경쟁력있고 단단한 회사로 성장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모두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한게임 사업부문의 인적분할 추진과 라인플러스·캠프모바일의 설립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산물이니 주주들의 지지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