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의 인재 발굴 노력이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불황 극복과 신사업 육성의 측면에서 '인재경영'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혁신과 창조, 성공의 키워드는 모두 인재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삼성그룹이 최근 "통섭형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다. 평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강조점인 '혁신적 인재상'에 가장 부합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통섭형 인재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과도 코드가 잘 맞는다.
삼성식 통섭형 인재의 핵심 골자는 인문·예체능 계열의 전공자를 뽑아 6개월 간 교육시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SCSA(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라고 명명한 내부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인문·예체능 계열의 감성을 이공계와 접목해 혁신을 이끌어내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삼성 측은 "감성기반의 인간중심 기술이 중요해지는 미래에 인문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통섭형 인재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혁신과 창의적인 인재의 육성을 통해 신제품·신서비스의 핵심가치와 나아가 고객 만족을 끌어내는 새로운 인재풀의 제시로 풀이된다.
삼성의 이같은 시도는 재계의 여러 기업에게도 인재 발굴의 다양한 접근법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학력과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나아가 고객 감성에 누가 더 적합한 인재인가를 보고 채용문화의 확산이 진행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각 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는 내부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방법은 다양하게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식 통섭형 인재와도 어찌보면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단적으로 현대차 입사에서 요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열정과 끼'다. 올해부터 입사지원서 항목을 기존 28개에서 20개로 줄여 간소화하면서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5분 자기 PR'을 온라인 화상 면접으로 확대했다. 5분 자기 PR은 모든 정보가 가려진 상태에서 본인의 열정과 끼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의 스펙이 아닌 끼와 열정의 평가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공채부터 지원자 사진 등 채용 전형 진행시 스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부 항목을 없앴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최근 인재 채용 방식 및 규모에 적잖은 변화를 줬다. 대표적으로 한화는 올해 신입사원 모집부터 인·적성검사(HAT)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지원자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배려다. 다만 올해부터는 각 계열사별 직무에 맞게 개발한 평가방식이 도입됐다.
막연한 인성이나 적성을 보기 보다는 현실에 맞는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의지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채용에 걸리는 기간도 기존 2.5개월에서 1.5개월로 축소됐다.
특히 이런 변화는 한화에서 두루 읽힌다. 최근 2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고등하고 3학년을 대상으로 고졸공채를 시작하기도 했다. 심지어 고졸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사내대학 '한화 사내대학'을 설립해 인재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의 이런 변화 역시 스펙 대신 실무에 밝고 소양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롯데그룹 역시 창의적인 인재 확보를 위해 채용채널의 하나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확대하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층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트렌드를 읽힌 힘이 된다.
롯데는 또,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해마다 직접 '인재 모시기'에 나선다. 자신들의 출신 대학을 찾아 대표들이 직접 'CEO 특강'을 하는 형식으로 인재들이 롯데에 지원할 수있도록 독려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대학생에게 다양한 유통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업계 최초의 대학생 동반 성장 프로그램 '샤롯데 드리머즈'를 운영한다. 샤롯데 드리머즈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실제 현업에 적용돼 젊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CJ그룹도 정직과 열정, 창의를 핵심가치로 인재를 길러내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성과를 창출하면서 겸허한 자세를 갖는 '강유인재', 경쟁에서 이기면서도 열린 의사소통으로 창의적 분위기를 만드는 '강유문화'는 CJ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CJ의 인재 선발 기준에는 전공과 학점이 전부는 아니다.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도전하는 인재를 원한다. 특히 고졸 엔지니어 우수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단순 스펙보다는 끼와 열정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면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CJ조직 문화속에서 자기개발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선발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