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유통맞수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에다 정부의 출점규제 등으로 '경영의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는 공격경영으로 해외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새 정부의 압박행보로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는 해외시장보다는 국내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9일 롯데에 따르면 경기 불황을 기회로 삼겠다는 역발상 전략을 세웠다. 해외진출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해 경기침체와 유통부문 국내 출점제한 등 그룹 안팎을 둘러싼 위기 요소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우선 롯데는 올해 투자와 채용을 모두 늘리기로 했다. 올해 6조8400억원을 투자하고, 1만5500명을 고용하는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했으며, 고용은 2000명 늘렸다.
올해 롯데그룹이 발표한 계열사별 투자계획엔 해외진출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중국에 웨이하이점과 청두점을 열고 인도네시아에도 처음 진출해 자카르타 1호점을 연다. 백화점의 국내 출점 계획이 사실상 없는 것과 대조된다.
롯데마트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20여 개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지난해 새로 합병한 롯데하이마트도 올해 10여 개 신규 매장을 연다. 특히 롯데마트와의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호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의 합병을 통해 '롯데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석유화학 부문 역시 해외역량 강화에 초점을 뒀다. 여수, 울산 및 중국에서 진행 중인 설비 증설을 이어가면서 해외 사업을 강화할 방침을 세웠다.
관광부문 역시 글로벌 브랜드 강화에 나선다. 롯데호텔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2014년과 2017년 각각 베트남 하노이와 중국 선양에 특급 호텔을 연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업계 처음으로 자카르타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한다.
식품 계열사인 롯데제과도 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안이다.
이번 해외 진출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영 행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연말 사장단회의에서 "비상경영이라고 미래성 비용을 아끼는 것은 기업의 체질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경영행보를 보여줄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사면초가에 빠진 신세계는 투자계획 및 고용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중순에 신년 계획을 밝혔지만 올해는 새 정부 출범에 맞물려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는 투자와 고용을 유발하는 출점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
신세계는 해외보다는 국내 사업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9월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 개장을 비롯해 대대적인 교외형 복합쇼핑몰 확대로, 최근 유통업계의 위기 타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 신계세의 올해 투자규모는 지난해(1조9000원)과 비슷한 2조원 수준의 투자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측은 올해는 해외사업보다는 국내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올해 신규투자 관련 검토 및 보고의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관계사인 스타벅스와 신세계사이먼 등의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