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이 베어마켓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연간 상승 기록을 세운 금의 장기 상승 추세가 이미 꺾였다는 분석이다.
금 선물은 지난 2011년 9월 온스당 19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세웠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크게 고조된 데다 경제 지표 부진으로 안전자산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였다. 하지만 금값을 끌어올렸던 재료가 힘을 다하면서 연초 이후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다.
통상 금값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때 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 선을 뚫고 내려가면서 베어마켓과의 거리를 크게 좁힌 상황이다.
경제지표와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금값이 상승 반전을 이루기보다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의 가격 및 판매 지수가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고, 2월 실업률도 7.7%로 떨어지는 등 미국 거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이는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강세 움직임도 금값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1만4400선을 훌쩍 상회, 강세장을 연출하면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투자자금 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급 역시 불리한 상황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와 헤지펀드 등 민간 투자자는 비중을 줄이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106톤의 금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연초 이후 ETF의 금 보유량은 140톤 감소했다.
골드만 삭스의 제프리 큐리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급속하게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USAA 인베스트먼트의 산 안토니오 주식 담당 부대표는 “글로벌 경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믿음이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특히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라 스마트머니가 먼저 금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