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연비’ 누명 다소 벗을 전망...오바마 정부의 ‘오버액션’ 지적
[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기아차의 연비 달성률이 미국에서 업계 평균 보다 높게 나옴에 따라 국내에서 진행되는 현대차 연비 소송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 현대차 자가용 소비자 4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연비 소송 소장이 최근 현대·기아차 본사에 송달됐기 때문이다.
14일 현대·기아차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15개 브랜드 143개 차종에 대한 실제 연비 조사에서 표시 연비 달성률이 업계 평균 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현대·기아차의 측정 연비는 표시 연비의 97.6%에 달했다. 업계 평균은 96.1%다. 이는 수치가 높을수록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가 일치한다는 의미다.
‘기름 먹는 하마’ 인식이 자리 잡은 미국차는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크라이슬러는 95.3%를 비롯해 쉐보레 93.8% 포드는 92.8%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표시 연비 달성률이 미국차 보다 높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EPA(환경보호청) 공인 연비 표시 시정 권고를 수용해 13개 차종의 연비를 평균 3% 낮췄다. 이 기준을 컨슈머리포트 연비 조사에 적용할 경우 연비 달성률은 98.5%로 더 높아진다.
현대·기아차는 연비 조정 전 차량 구입자에게 총 4500억원 보상을 결정한 상태다. ‘뻥연비’ 논란에 따른 비용을 지출하기로 하고 뒤늦게 누명을 다소 벗은 셈이다.
업계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억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오버액션’이 아니었냐는 시각에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비 문제는 국내로 모아진다. 현대차를 타는 소비자가 연비 부당 표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장이 지난주 현대·기아차 법무팀에 송달됐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소송 차이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연비 자체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고, 국내는 연비 표시 방법 자체가 위법이라는 얘기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예율 김웅 변호사는 “현대차는 신문광고에서 ‘휘발유 1ℓ로 ◯◯㎞ 주행’이라고 홍보하면서 혼잡한 시내 기준인지 고속도로 기준인지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는다”며 “이는 현행법상 부당한 표시·광고 유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이다. 소송 인원은 48명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할 경우 연쇄되는 파장이 막대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모든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셈.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르노삼성차, 쌍용차 그리고 수입차 업체 등이 ‘1ℓ로 ◯◯㎞ 주행’식의 표시를 해온 만큼 모든 자동차 회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기아차 외에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 쌍용차는 연비 관련 소송을 받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해 연비 표시 광고를 해온 것”이라며 “표시광고법에서 이를 위반이라고 하면 기업은 어디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국내 현대차 소송 승산이 희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리 해석 보다 어느 법이 우위에 있는 것인가에 따른 차이”라며 “기업이 위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표시광고법 중 광고실증제는 광고내용을 광고주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기업들은 표시·광고를 할 때 먼저 학계나 산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객관적이고 타당한 방법에 따라 시험-조사한 실증자료를 갖추고 이를 근거로 상품의 성능 등을 주장해야 한다’고 고시돼 있다.
한편 자동차 회사들은 지식경제부에 자동차 연비 실증자료를 제출하고 지경부가 이를 표시 연비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