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규모 부양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환율전쟁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실상 환율전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0년 8월 2차 양적완화(QE)를 시행했을 당시부터 본격화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결과에 대한 전망은 흐리다. 금리가 파죽지세로 오르는 1994년 상황이 되풀이되거나 심지어 1987년의 패닉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이 엔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데 전방위 태세를 갖추기 앞서 스위스 중앙은행은 파운드화와 유로화를 대량 매입하며 프랑화 절상을 차단하는 데 사활을 걸었고, 브라질은 해외 유동성 유입에 따른 헤알화 평가절상이 미국의 QE 탓이라고 주장하며 연준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환율을 둘러싼 각국 정부의 신경전은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이른바 ‘참전국’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향후 1~2년 사이 50조엔에 이르는 QE를 실시할 뜻을 밝혔고, 지금까지 관망하고 있는 중국이 환율전쟁에 가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펜하이머 커런시 오퍼튜니티 펀드의 알레시오 드 롱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2차 QE를 단행한 이후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환율전쟁 상태”라며 “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뿐 아니라 점차 과격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여기에 스위스 중앙은행을 주축으로 한 환율전쟁의 결과는 예상보다 파괴적일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네트 최고투자전략가는 “환율전쟁이 점차 격화될 경우 1994년과 같이 금리가 폭등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실물경기가 유동성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서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 평가절하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정부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와 같은 금융시장 붕괴 조짐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펜하이머의 드 롱기스는 “앞으로 5~10년 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수축시키는 데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차원의 이 같은 파격적인 실험이 어떤 부작용도 남기지 않은 채 질서 있게 마무리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