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대 초반, 내년 3% 초반"…기존입장 유지
[뉴스핌=김선엽 기자] 지난 7일 열린 한국은행 금요강좌 제500회 특별강연이 채권시장에서 뒷말을 낳고 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중수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 총재가 비둘기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형성시킨 탓이다.
하지만 이날 강연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금통위를 직전에 둔 강연이었던 만큼 시장의 관심을 끌었지만 전반적으로 한은의 경기 인식에 대한 변화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던 자리로 판단된다.
이날 오후 강의 시작과 함께 다수의 언론이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김 총재의 멘트를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은 일시적으로 강세를 연출했다.
보합권에서 움직이던 국채선물은 김 총재의 발언이 나오면서 3틱 가량 상승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결국 직전일 대비 2bp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하지만 앞선 멘트는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파워포인트 형식으로 쓰여져 있던 내용이고 강의 자체에서는 전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자료에서도 "통화정책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실물경제 움직임 등을 감안하여 탄력적으로 운용"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표현만이 있었다.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념강의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언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김 총재는 수 차례 "언론인들이 많이 와 있어 조심스럽다"며 민감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날 자료를 통해 발표된 경제 전망도 지난 10월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을 그대로 실어와 경기에 대한 의미있는 인식 변화를 읽기는 힘들었다. 대신 이날 강의는 경제학 일반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 및 증폭과정 그리고 처방 등에 대한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경기와 관련해서 김 총재는 오히려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총재는 "(전망이 자꾸 틀려) 우리보고 한 치 앞을 못 본다고 하는데 지금 한 치 앞을 보는 사람이 어딨는가"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바꾸면 우리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도 석 달 앞을 예측하지 못하고 계속 낮추고 있다"며 잇따른 전망 수정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한편, 6일 발표된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1%로 속보치보다 0.1%p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3분기가 틀려서 앞으로 (전망을) 계속 수정을 해야 한다"면서도 "(연간 성장률을) 올해 2%대 초반, 내년 3%대 초반이라고 보면 큰 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저점을 올 하반기로 본 기존 전망이 조정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것을 지금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10월이 좋지 않았지만 11월과 12월, 수출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일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가 기자설명회를 통해 발표한 내용과 동일하다.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결국 이날 김 총재의 발언에서 기존 입장과 다른 특별한 시그널을 읽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12월 금통위도 기존의 중립적인 스탠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경제전망 발표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김 총재가 경기와 통화정책에 관한 뚜렷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