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주체 달라 달리 의미 부여하긴 어려워
[뉴스핌=정경환 기자] 최근 국내증시는 마땅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물과 현물 시장에서의 외국인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잦아져 주목된다. 즉, 현물에서 팔고 선물에서 사거나, 현물에서 사고, 선물에서 파는 식이다.
최근 49일 간 외국인이 선물 시장과 현물 시장에서 서로 상반된 매매 패턴을 보인 경우는 23일로 약 절반에 가깝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그리 흔한 일은 아닐 수 있지만, 한 편으론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어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외국인이 시장의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자체가 박스권에 갇히다 보니 매수·도 모두 적극성이 떨어졌다"며 "단발성 매매보다는 추세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의 현물 쪽 외국인 움직임은 꾸준히 매도 분위기인데다, 선물 외국인도 9월 동시 만기 이후 1만9000계약 매도 우위를 보이며 어느 정도 방향성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 연구위원은 "10월 옵션 만기 이후 외국인은 양 시장에서 동일하게 매도로 나서고 있다"며 "시장을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균 삼성증권 파생상품팀장은 "현물은 매매기간을 길게 가져가나 선물은 치고 빠지는 식으로 짧게 가져가는 시장"이라며 "외국인이 일정한 방향성 없이 오락가락해서라기 보다, 매매 주체가 다르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전 팀장에 따르면, 대형 펀드 등의 현물 투자자와 IB의 자기매매 등의 선물 투자자가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현물 쪽은 매수하거나 매도하거나 일정한 트렌드를 보일 때가 많으나, 선물은 그렇지 않다"며 "선물 쪽은 여러 포지션을 취할 수 있어 선물 투자자를 방향성 매매로 포섭하면 해석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 또한 선물은 좀 단기적이라 일정한 방향성을 찾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외국인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현물 쪽은 지난 7~8월 물량에 대한 차익 매매로 일단은 파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비교적 잦은 외국인의 엇갈린 행보에 일견 헷지매매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파생상품파트 부장은 "정말 반대 매매라면 차익 또는 헷지 매매"라며 "차익이라면 외국인 현물 프로그램 매매에서 차익 프로그램 잡혔어야 하는데 안 잡힌다"고 말했다.
심 부장은 이어 "특정 종목 헷지한다는 보고가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헷지가 안 보인다"며 "우리나라 외국인 소유 주식 수가 수 억만 준데 1%만 헷지하더라도 시장의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헷지매매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연구위원도 "차익 거래 같은 것은 정확하게 엇박자"라며 "적극적 헷지 상황은 아닌데, 박스권 계속 머물고 있어 기계적 헷지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20일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들쭉날쭉한 장세라 새로운 대형 악재가 나타나 지수를 강하게 끌어내리지 않는 한 헷지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