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사·연예인 초청 없애고 취소하기도
[뉴스핌=문형민 기자] 증권사 리서치 포럼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11월 중하순부터 12월초에 기관투자자들을 초청해 다음해 경제와 증시, 업종별 전망을 발표하는 리서치 포럼을 연다. 리서치센터가 개최하는 가장 큰 행사다.
증권사들은 포럼에서 기획성 테마를 내걸고 유명 인사를 강연자로 초빙하거나 연예인을 초청해 흥행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관련 예산을 축소하고 간소하게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부 증권사는 아예 올해 포럼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일 사내 강당인 300홀에서 '2013년 금융시장 및 주요 산업 전망'을 주제로 리서치 포럼을 개최했다.
예년에 63빌딩 국제회의장을 빌려서 하던 것을 본사 내로 옮기고, 기획성 테마도 없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포럼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를 초청해 화제가 됐었다.
오는 21일 63빌딩에서 리서치 포럼을 열 예정인 대신증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예인 초청 공연을 생략하기로 했다. 한때 대신증권의 리서치포럼은 소녀시대를 비롯한 걸그룹과 이승훈, 이선희, 크라운J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대신증권은 올해 포럼에 경제조사기관 HS Dent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헤리 덴트(Harry S. Dent, Jr.) 박사를 초청한다. 그는 지난 198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을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었으며, '불황기 투자 대예측 (The Great Depression Ahead. 2008년), '대폭락(The Great Crash Ahead. 2011년)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도 포럼 장소를 각각 본사 내 우리아트홀과 국제금융센터(IFC) 내 회의실로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포럼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2012년 동북아 정치경제 지형 변화'라는 주제로 유명 정치학자인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와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초청 강연을 했던 작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또 일부 증권사는 초청 인원을 100~150명 가량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영업상 꼭 필요한 기관들에게만 초청장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거품빼기는 무엇보다도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 영향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700~800명의 기관투자자들을 63빌딩 국제회의장이나 호텔로 초청해 식사와 기념품 등을 제공하면 2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었다"며 "지난해부터 리서치포럼에서 거품을 빼야한다는 기류가 있었는데 올해는 눈에 띄게 간소해졌다"고 전했다.
비용 절감 외에 리서치 포럼의 효과가 없다는 시각도 간소화 배경으로 지목됐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리서치 포럼을 열다보니 차별화된 컨텐츠도 없고, 법인 영업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며 "세과시용 행사가 아닌 실속있는 포럼을 해야한다는 내외부의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