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수출기업, '키코 트라우마‘ 벗어나 적정헤지 등 재무관리 필요
[뉴스핌=이기석 기자] 원/달러 환율이 지난 2011년 9월 이래 13개월만에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부가 기업들의 환율하락 위험에 대응하라는 주문을 하고 나서 주목된다.
정부가 기업들의 환율관리의 필요성, 특히 환율 하락에 따른 위험을 강조하고 이를 대비토록 지원하고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처음이다.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급등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었던 '키코 사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오버헤지 등 투기거래를 최소화하되 적정헤지 등 재무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사진: 지식경제부 조영태 수출입과장이 30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주최로 열린 환위험관리 설명회에서 <최근의 수출입 동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경부와 무역보험공사가 환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키코 사태` 이후 3년여만에 처음이다. |
◆ 지경부, 기업들한테 환율하락 리스크 관리 주문
31일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에 따르면, 지난 30일 지경부와 한국무역보험공사(사장 조계륭; K-sure)는 공동으로 경기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경기도 소재 중소 및 중견 수출기업 외환실무자 60여명을 초청하여 환위험관리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경부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겪으면서 수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등 수출여건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고 기업들이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겼던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등 돈풀기 정책이 지속되면서 국내 자금 유입이 커지고, 불황형 흑자라도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신용등급도 높아져 환율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수출량이 줄어든 것은 유로존 위기 등 외부 여건상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환율 관리를 하지 못해 수출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외화예금 잔고가 지난 9월말 현재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수준이고, 지난 9월 하순 환율이 1120원 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환손실이 이미 커진 상태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처분, 환손실을 덜 보겠다는 심리를 갖고 있고, 또 이같이 기업들의 달러매물을 더 내놓으면 환율을 추가 하락, 기업들의 환손실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실제로 수출기업들이 9월말 현재 1120원 선에서 가입한 외화예금일 경우 이날 1090원선으로 떨어져 있는 환율을 고려하면 스탑로스(Stop-loss)에 걸려 처분할 수밖에 없어진다.
만약 9월말 기준으로 단순하게 환율을 고려하면 1달러당 30원이나 떨어졌다. 1억달러를 수출해서 달러자금을 갖고 있었다면 무려 30억원이나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본 셈이다. 향후 환율 반등이 불투명하다면 보유달러를 처분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과 수출기업들의 심리가 일방적으로 환율하락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미세조정을 하고, 지경부는 수출채산성이 더 악화되기 전에 헤지 등 손실보전책을 가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지식경제부의 조영태 수출입과장은 “유럽재정 위기 등 세계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우리기업의 수출여건이 좋지 않다”며 “오늘 설명회에서 소개된 환율동향 정보와 환위험 관리전략을 잘 활용해서 애써 수출하고서도 손해를 보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수출기업 환리스크 대응 여전히 미흡, ‘키코 트라우마’ 벗어나야
그렇지만 수출기업,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의 경우 환율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심지어 중견 기업들조차 과거부터 생산하고 수출하는 데 급급하고 환율의 하락이나 상승에 따른 환차손 등 자금관리에는 여전히 취약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예상을 벗어나 급등하면서 이른바 '키코 사태'가 발생, 기업의 생사가 갈리는 등 커다란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아직까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무역보험공사는 환율위험을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도 ‘키코 사태’로 인해 환변동보험 상품에 대한 손실이 커지고 소송 사태가 나면서 2010년 국정감사 등에서 된통 혼줄이 난 바 있다.
여전히 '키코 사태'가 법원의 소송이 여전히 진행되는 등 트라우마가 싹 가신 것은 아니고, 그동안 환율이 나름 1100원 위에 있을 때는 환리스크 헤지에 대한 홍보나 교육의 필요성이 덜했다.
그렇지만 우선 최대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100원이 깨진 뒤 환율이 추가 하락하고 있고, 이같은 환율하락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헤지의 필요성과 환변동보험 가입 등 환율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 무역보험공사도 환변동보험 홍보 나서, 재무관리 차원 적정 헤지 필요
아울러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업체들도 환율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환변동보험 등에 대한 문의도 커졌다는 것이 무역보험공사의 전언이다.
무역보험공사의 이규형 부팀장은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위험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 1차 경기북부 설명회에 이어 이날 수원에서 열린 2차 설명회는 기업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팀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사 역시 일시 판매를 중단했다 다시 시행하기도 했다 "면서 "그렇지만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업 손실을 줄이는 사전 예방 차원의 보험으로서 환변동보험 설명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키코 사태로 들어났던 오버 헤지는 전혀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환변동보험을 가입할 경우에도 50~70% 한도를 유지토록 하고 있고, 환율의 변동 상황을 고려해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이석재 기업외환자문위원은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고 향후 국내외 여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수출기업 CEO들이 환리스크 관리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석재 위원은 “환리스크관리는 단순히 환율을 예측하는 행위가 아니라 재무관리의 일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 키코 사태는 기업들이 환율이 일방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오버헤지 등 일부 환투기로 돈을 벌 욕심까지 내면서 사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기업 환리스크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관리시점”이라며 “이는 수출입 계약의 상품단가가 확정되는 시점부터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입계약은 향후 환율변동에 따라 투기거래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중소기업의 환리스크관리는 대기업보다 단순하게 몇 가지 실행절차만 내부적으로 구축하면 훌륭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천수답처럼 정부의 환율방어에만 기대할 때가 지났기 때문에 기업들도 직원 교육 등을 통해 내부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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