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위로 드러나는 애플 '위기감'
[뉴스핌=노종빈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경쟁사들에 대한 빈정거림이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애플의 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못한데다 태블릿 부문의 경쟁이 격화되는 등 급격하게 찾아온 위기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애플 사과문, 고의적 얼버무림 "본질 호도"
애플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삼성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물론 영국 법원의 사과 명령에 따른 것이지만 고도의 작문 기술을 통해 현실을 호도하려는 뻔뻔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애플은 사과문에서 삼성에 대한 고도의 기술적 사과문을 통해 사과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빈정거림으로 일관했다. 또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영국 법원의 판결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애플의 사과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직 사실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삼성에 대한 커다란 모욕적 행위일 뿐 아니라 그보다 먼저 영국 법원을 농락하고 판사들을 희롱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 애플 사과문 속 논리적 '꼼수'
애플이 지난 25일 영국 현지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살펴보면 우선 여섯개의 문단으로 구성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애플은 맨 마지막 여섯째 문단에서 독일과 미국 법원의 판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사과문에서 삼성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를 배끼지 않았다는 것은 영국 법원의 일방적인 판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사과문 6번째 문단 첫 문장에서 "독일 법원은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끼는 등 불공정한 경쟁을 했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음 문장에서는 "미국 재판의 배심원도 삼성의 디자인 및 기능 특허 침해를 인정해 10억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이어 "영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다른 법원들은 삼성이 갤럭시탭을 만드는 과정에서 훨씬 더 인기있는 아이패드의 특허를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애플, 英법원 조롱 "고객 기만"
이를 읽다보면 삼성의 갤럭시탭이 독일과 미국에서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낀 것처럼 판결이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은 약간 다르다.
먼저 독일 법원에서 나온 판결 내용은 맞다. 하지만 미국 법원에서의 배심원 평결에서는 갤럭시탭의 디자인 특허 침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애플의 사과문은 이 점을 고의적으로 얼버무림으로써 미국 법원의 결과에 친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호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애플의 사과문은 복수의 법원에서 아이패드 디자인 침해를 인정했다는 논리를 끌어내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 단수와 복수는 그 파급력이 크게 다르다. 즉 한 곳이 아닌 두 곳 이상의 법원에서 같은 판결을 내놨다고 주장하면 마치 애플의 주장이 훨씬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결국 애플은 기술적인 얼버무림을 통해 사실만을 나열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꼼수를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이를 고의적으로 의도한 것인지 여부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애플이 의도적으로 이 문제를 얼버무림했다면 이는 삼성과 영국법원에 대한 조롱과 모독을 넘어 전세계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고객 전체를 기만하고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 팀 쿡 "MS 서피스는 미완성 제품"
또한 애플의 팀 쿡 CEO는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 서피스 제품에 대해서도 "시장을 혼란케하는 제품"이라며 독설을 날렸다.
팀 쿡 CEO는 25일(현지시간) 애플 실적 발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태블릿PC인 서피스는 서둘러 나온 혼란스러운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사용자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물했다"면서 "하지만 서피스는 이러한 경험을 이끌어내지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공개된 아이패드 미니 모델과 관련 "소비자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다른 7인치대 태블릿PC의 비교를 거부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과연 아이패드 미니가 가격이 대략 70% 비싼 것 이외에 무엇이 얼마나 뛰어난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팀 쿡이 보여준 행동은 물론 애플의 실적발표라는 '이벤트'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현실'로 돌아와서는 분명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수면위로 드러나는 애플의 '위기감'
최근 팀 쿡 CEO가 이끄는 애플의 위기감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놓음으로써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주된 요인은 아이폰과 함께 주력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의 판매 실적악화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1700만~1800만대 매출을 기대했지만 실제 팔린 것은 1400만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애플이 태블릿PC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격히 붕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태블릿과 랩탑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MS 서피스와 삼성 아티보 등의 출시와 함께, 구글 넥서스7과 아마존 킨들 등도 가격경쟁력과 함께 오피스 기능과 전자책 리더, 모바일 쇼핑 등의 기능을 앞세워 애플의 가장 큰 약점을 전면 공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애플은 선발주자로서의 기득권과 고객충성도가 높다는 점 외에는 그다지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팀 쿡 CEO와 애플의 어린애같은 돌발 행동은 전세계 IT업계와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글로벌 수위 기업의 생떼부리기를 지켜보는 시선은 착잡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애플의 이같은 태도는 당장 체면을 구긴 영국 법조계는 물론, 전세계 고객들로부터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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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