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료 산정위한 자료…애플 자가당착 드러나
[뉴스핌=노종빈 기자] 애플이 지난 2010년 삼성에 제시한 특허료 청구 근거 및 계산 방식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뒤늦게 공개돼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미국 법원에 애플이 요구한 특허료 계산 방식과 관련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이같은 내용이 미국의 특허소송 전문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 애플 측 최고등급 내부 비밀문건…변호사들에게만 '육안 공개'
이는 지난 2010년 10월 애플 측이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 출시에 따라 대당 30달러 씩의 특허료를 받겠다고 통보해 온 내용으로 보인다.
뉴스핌이 이날 입수한 애플 측 특허료 계산 방식 설명 자료는 "삼성-애플간 특허료 논의내용(Samsung-Apple Licensing Discussion)"이라는 제목이다.
지난 2010년 10월 5일로 날짜가 표기돼 있으며, 총 18페이지짜리 문건이다.
또한 이는 애플 내부의 최고등급 비밀문건임을 보여주듯 '대외비(Highly Confidential)' 및 '변호사들에게만 육안 공개(Attorneys' Eyes Only)'로 명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애플이 지난 2010년 10월 삼성에 제시한 스마트폰 특허료 산정기준 프리젠테이션 자료의 일부. 왼쪽 아래 애플의 내부 최고등급 비밀문건이자 변호사들에게만 '육안공개'라는 표시가 눈에 띈다. |
◆ 애플, 삼성에 스마트폰 30달러·태블릿PC 40달러 요구
이 자료에서 애플은 "삼성의 휴대폰이 애플의 원형을 채택해 형태가 크게 변화했다"면서 "이 가운데 터치스크린 형태의 스마트폰에는 애플의 특허료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① 애플은 삼성이 만드는 안드로이드 체제의 스마트 폰에는 30달러의 특허료에 20%의 할인을 적용, 24달러를 받겠다고 통보했다.
② 반면 삼성이 만드는 윈도폰 등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간 합의로 애플의 특허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 등을 들어 9달러만 청구하겠다고 설명했다.
③ 이 밖에도 심비안 및 바다 등 기타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폰에 대해서는 21달러를 받겠다고 했다.
④ 또한 애플은 태블릿 PC에는 대당 40달러의 특허료를 매기고, 안드로이드 폰에서와 같이 20% 할인을 적용해 32달러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 애플,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은 우리가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적어도 이같은 요구가 삼성 측에 전달된 시점인 지난 2010년 10월에는 모든 터치스크린 형태의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자신들만이 제조할 수 있는 특허권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삼성 제품이 자판을 누르는 피처폰 형태에서 터치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데는 애플의 아이폰을 원형으로 개발됐으며, 아이폰이 없었다면 갤럭시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터치스크린 형태의 업무처리 방식이 기술적으로 상용화된 것은 지난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기술적인 개발은 이보다 더 일찍 시작됐다.
따라서 이에 대한 애플의 특허권 주장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애플은 터치스크린 방식을 스마트폰에 기술적으로 적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아이폰 아니면 모두 스마트폰 특허료 청구 대상(?)
이 때문에 애플의 특허료 요구 주장이 자가당착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애플이 삼성 측에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애플이 아닌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애플이 삼성에 대한 소송에서 이긴다면 애플 아이폰이 아닌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애플에게 특허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과거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미국 정부당국에 스마트폰에 적용된 표준특허기술 사용원칙인 프랜드(FRAND)에 따른 특허요율인 대당 6달러, 제품가의 2.4%가 과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문건의 공개 결과 애플은 삼성에는 스마트폰 대당 30달러, 태블릿PC의 경우 40달러의 특허료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 특허료 계산 방식도 문제…창의적으로 '독단적'
이와 함께 애플이 특허료를 스마트폰 대당 30달러, 태블릿PC 대당 40달러로 먼저 정해 놓고 계산에 들어가는 점도 문제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바다 운영체제 방식 스마트폰 등은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기능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특허료 산정에 할인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특허료를 계산하는 방식으로서는 말이 될 지 모르나, 하지만 애플이 이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애플이 어떤 이유에서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또한 스마트폰 특허료가 왜 30달러인지가 논점이 아니라 스마트폰이지만 애플과 비슷한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에 할인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곧 스마트폰은 모두 아이폰이고 애플이 만든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될 수 있고, 애플의 창의적이지만 독단적인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좋은 예로 부각될 전망이다.
◆ 애플판 '안드로이드' 죽이기(?)
이번 문건이 공개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즉각 애플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죽이려는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그로크로 등의 특허소송 전문사이트 토론자 등에 따르면 애플은 특허료로 윈도폰에는 9달러만 적용한 데 반해 안드로이드폰에는 24달러를 적용한 것은 안드로이드 진영을 죽이기 위한 술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토론자는 "현재 100달러 이하의 태블릿도 많은데 대당 40달러를 청구한다면 제조업체는 개발비의 40%를 내라는 얘기냐"며 애플의 주장을 성토했다.
또다른 토론자는 "이번 소송전을 보면서 애플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정부당국 등이 나서서 상식이나 질서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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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