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칼호텔 주변토지 놓고 법정싸움..진실공방서 가격싸움으로 변해
[뉴스핌=김홍군ㆍ서영준 기자]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10주기(11월17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회장 사후 집안싸움이 잦았던 한진가 2세들이 또다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과 차남인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이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 주변 토지를 둘러싸고 수년째 법정에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제주도 서귀포 칼 호텔 주변 비업무용 토지 11필지(3만3000여m²)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소장에서 1995년 칼 호텔을 한진건설(1999년 한진중공업 합병)로부터 360억원에 매입하면서 주변토지도 함께 사들이는 ‘이면계약’을 체결했다며, 토지의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회장의 메모를 제시했다. 두 형제가 호텔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하루 전 작성한 메모에는 “대한항공이 필요한 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한진건설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는 일 없이 성실하게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항공은 당시 대기업이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이면계약서를 작성했으며, 매매대금은 공사비를 40억원 가량 부풀리는 방식으로 한진중공업에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은 메모에 조남호 회장의 개인 서명만 있을 뿐 인감이 없어 법적인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의미도 대한항공의 주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한진중공업측은 “한진건설 당시 그룹의 사업조정에 따라 호텔사업부가 운영해온 칼호텔을 대한항공에 매각했지만, 문제의 토지는 매각하지 않았다”며 “메모의 내용도 향후 토지를 매각할 경우 대한항공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법원도 한진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당시 작성된 메모가 계약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대한항공의 주장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2심이 진행중인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의 땅 분쟁은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가격싸움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은 법원의 조정을 받아 들여 매매대금으로 140여억원을 제시했지만, 한진중공업은 200억원 이상을 요구하며 조정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격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진가 2세들의 집안싸움은 정석기업(한진그룹 지주회사) 주식 명의이전 소송, 대한항공 면세품 납품업체 변경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부암장 상속 지분 이전요구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 이어 법정다툼만 이번이 4번째이다.
한편, 한진가는 다음달 17일 고 조중훈 회장의 10주기를 추모행사를 가질 예정으로, 10여년간 갈등을 빚어온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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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