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환경 보다 더 고민하는 내부의 문제
- KB금융, ING보유지분 5% 처분 우려… 하나금융은 외환銀 잔여지분 인수 고심
- 우리금융, 악화되는 자산건전성과 매트릭스 도입 저항 부딪쳐
[뉴스핌=한기진 기자] “은행원 생활 30여 년간 단 한해도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은행장은 기자에게 최근 글로벌경기 둔화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매년 어려운 영업환경과 과당 경쟁으로 수익을 고민한다는 얘기다. 그는 “은행들이 안고 있는 진짜 고민은 내부에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4대 금융지주들이 요즘 경영환경보다 더 고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왼쪽부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인수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최종 합의가 미뤄지고 있지만 KB금융 내부에서는 낙관하고 있다. 오히려 ING가 KB금융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ING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구조조정기금을 상환하기 위해 생명보험을 매각하는 만큼 KB금융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물량이 한꺼번에 주식시장에 나오면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 KB금융이 블록 딜(대량 매매)로 자사주를 취득해 물량 일부분을 받아줘야 한다. 현재 KB금융의 시가총액이 15조원 가량 되므로 8000억원 가까이 된다.
우리금융은 재무적, 비재무적 위험요인을 모두 갖고 있다. 30대 대기업 주채무계열 중 절반과 주거래은행일 정도로 기업여신이 많은 만큼 최근 경기악화로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NPL(부실채권)비율은 6월말 현재 1.77%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입장에서는 매트릭스(수평적조직체계) 도입과 신용카드 분사가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다. 제한적 범위 안에서 매트릭스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우리은행의 반대에 여전히 부딪혀있다.
신용카드 분사는 올 초에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모든 서류까지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신청 준비만 남겨놓은 게 1년여가 다 돼간다. 시기를 봐야 한다는 금융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다리는 것으로 내년 초에는 분사해야 한다는 게 우리금융 경영진들의 생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장단기에 걸쳐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데 내부의 저항이 크다. 외환은행 노조가 은행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IT통합에 대해서 반발하는 등 물리적 통합이 쉽지 않다.
또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인수해야 하는데 외환은행 주주들의 반응 고려와 자금 문제로 주식교환 시점과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이다. 신한 특유의 조직충성문화가 경영진이 안정되면서 살아 났고 신한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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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