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청원 경찰? 저 정도 열정이면 좋다. 오늘부터 기업은행 직원이다.”
지난해 11월 2일 IBK기업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도전! IBK슈퍼스타’. 케이블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를 본 따, 직원들이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며 한바탕 놀아보자는 행사였다.
이날 관심을 끈 이는 중국의 기예인 변검(變瞼·배우가 신속하게 얼굴 표정 가면을 바꾸는 것)을 선보인 20대의 한 직원이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공연에 직원들은 환호했다. 이 직원은 영업점의 경비를 담당하는 청원 경찰로 외부 용역 직원이다.
조준희(사진) 행장은 “중국사람한테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기예인데, 그걸 배웠을 정도면 대단한 열정을 가진 것”이라며 “행원으로 선발해라”고 주문했다. 단 하루 공연에 청원경찰에서 국책은행의 행원으로 선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변검은 중국 사천성 출신만 계승 받을 수 있고 변검술사가 죽기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해진다고 알려져있다. 홍콩의 유명 영화배우 유덕화가 막대한 수업료를 제시하고 변검 기술을 전수받고자 했지만 거부당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런 선발은 기업은행이 최근 실시하는 열린채용의 단적인 한 예이다.
지난해 특성화고 전형으로 고졸 행원 67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저소득층에 혜택을 주기 위해 일반 가정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지원자들을 나눠 `투 트랙'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소규모로 고졸 행원 공채를 시행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가산점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할당제를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계약직으로 선발돼도 근무 기간이 2년을 넘기면 정년(만 59세)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도 약 90%에 이른다.
무기계약직 직원 가운데 성과와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책임자 시험에만 합격하면 과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어 ‘일반계약직→무기계약직→정규직→승진’의 경력 개발 시스템을 모두 갖췄다. 지금까지 총 506명의 창구 텔러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고졸자도 이 코스를 그대로 밟을 수 있다.
조준희 행장은 "고등학생, 장애인, 취약계층, 지방대, 전문대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껏 꿈꾸던 채용의 총결산이라고 보면 된다"며 "결과가 좋으면 쿼터로 묶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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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