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무제한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금융시장이 이른바 ‘드라기 랠리’를 연출했지만 잠재돼 있던 ‘드라기 부작용’이 모습을 드러내 주목된다.
국채 매입에 따른 적정 담보물 수급 교란이 금융권을 당혹스럽게 하는가 하면 ‘드라기 랠리’로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사이 비관론자들은 이를 틈타 국채 포트폴리오를 스페인에서 독일로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유럽 금융업계는 ECB에 매입한 국채를 은행이 빌릴 수 있도록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로존 금융위기 이후 ECB가 국채를 사들이면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담보물을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내년부터 은행 자본건전성 규정이 강화되는 데다 은행권에 무담보 자금 거래를 회피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담보물 확보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ECB가 기존에 매입한 국채 규모가 상당한 데다 무제한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급 교란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ECB가 국채를 은행에 리스하거나 담보물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업계 대표는 내달 11일 ECB 고위 관계자와 회의를 갖고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한편, 드라기 총재가 주변국 국채의 무제한 매입 계획을 발표한 데 따라 일부 비관론자들이 스페인 국채를 매도하는 한편 독일 국채를 매수하는 전략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독일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잠재적인 차익 기회가 높아졌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얘기다.
지난 7월 하순 독일 10년물 국채는 1.127%까지 떨어진 한편 스페인 10년물 수익률은 7.7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9월6일 ECB의 국채 매입 발표 후 상황은 역전, 독일 10년물 수익률이 1.73%까지 올랐고, 스페인 10년물 수익률은 5.75%로 200bp 급락했다.
시장 전문가는 이른바 드라기 효과에 따른 독일 국채 매도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조만간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얘기다.
글렌데본 킹의 니콜라 마리넬리 펀드매니저는 “연말까지 유로존의 부채위기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독일 국채 매입이 다시 확산되면서 10년물 수익률이 1.4% 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 거래업체 레코드의 밥 노이언 최고투자책임자는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독일 국채 수익률 상승은 포트폴리오 헤지를 위한 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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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