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보조금 늑장 조사…영업정지 결정 난항
[뉴스핌=배군득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동통신시장 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통사 영업정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3개월 영업정지는 그동안 적용한 사례도 없는데다, 이미 시장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이통사에서 보조금을 슬그머니 뺐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만해도 이통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쏟아부은 스마트폰 단말기 보조금으로 삼성전자 갤럭시S3가 출시 3개월만에 17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과열경쟁 양상을 띄었다.
이같은 시장 과열분위기가 고조되자 방통위는 이통 3사에게 “3개월 영업정지를 내릴 수도 있다”며 엄중 경고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통 3사는 방통위에서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자 바로 보조금을 줄였다. 방통위가 시장 조사를 착수하기 전에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방통위가 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 13일 오후부터다. 이통사들은 8~9일 약 20만명이 번호이동 등을 통해 갤럭시S3를 개통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다.
방통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슬그머니 보조금을 줄이며 영업정지를 받지 않는 수준인 27만원대로 단말기 가격을 상향 조정시켰다.
이렇다보니 방통위도 이통사 영업정지에 대한 명분이 사실상 사라졌다. 당당하게 칼을 빼들었는데 어느 하나 자르지 못하고 다시 칼집에 넣어야할 상황에 놓였다.
방통위는 최근 불거진 방송통신 시장 이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해 업계간 갈등을 불러 일으키며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접시 안테나 없는 위성방송 DCS 역시 시정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이번 이통사 영업정지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방통위가 이통시장의 과열경쟁을 알고서도 조사과정에서 보조금 과다 지급을 밝힐 만한 근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이통사 영업정지는 방통위의 공수표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방통위에서도 이번 보조금 과다지급은 경고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오는 11월부터 불법 보조금에 대해 새 기준안 마련이 진행 중이어서 굳이 과징금과 영업정지까지 갈 필요성이 없다는게 방통위 내부의 판단이다.
보조금에 대한 새 기준안은 불법 행위로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의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이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50조 금지 행위 위반 유형에 따라 지금까지 다르게 적용해왔던 과징금 기준을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기준안이 시행되면 이통사에서 불법 보조금 정황이 포착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1%의 과징금을 내야한다. 현재는 0.5% 이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통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다시 올려 영업정지를 내릴 명분을 잃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는 11월 보조금과 관련한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이번처럼 보조금을 단기적으로 풀어서 이익을 취득할 경우 과징금 부과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휴대폰 유통시장을 개선시킬반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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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